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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철거민 운동의 평가와 진로 및 노빈학 연대의 전망 수립을 위한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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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운동의 평가와 진로 및 노빈학 연대의 전망 수립"
을 위한 토론회
97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며 전체 전선의 선봉에 섰던 전농 3동 철거민 투쟁을 기억하십니까?
97년 초 총파업이 무기력하게 끝난 다음 당시 김영삼 정권과 자본은 노동자, 민중들에 대한 파상적 탄압을 자행했습니다. 올해 캐리어, 효성, 세광공업에 용역깡패가 쳐들어왔듯이 그때 경기남부 후꼬꾸, 덕부진흥에서는 용역깡패가 활개를 쳤습니다. 그리고 지금 월곡동 철거민들에게 모두 실형이 떨어지고, 김포 신곡리 등에서 살벌한 탄압이 자행되듯이 당시 전농 3동 등 곳곳에서 철거민들에 대한 살인철거가 자행되었습니다. 97년 전체 전선이 무너진 다음에도 계속 투쟁하고 있던 노동자, 철거민, 학생 등 기층 민중들은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온몸으로 항거했습니다. 한발만 뒤로 물러서면 노조 와해, 해고, 주거권 박탈 같은 천길 낭떠러지였기에 죽음을 각오하고 저항했습니다. 우리 철거민들은 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에서 영감을 얻어 세운 골리앗(철제 탑) 위에 올라가 용역깡패, 폭력경찰에 맞서 6월말부터 7월말까지 한 달 동안 처절하게 싸웠습니다.
그러던 중 7월 25일 적들은 포크레인, 물대포, 최루탄 등 온갖 살상용 무기를 동원해 골리앗을 공격하고 마침내 불까지 질러 골리앗에 있는 주민들을 모두 태워 죽이려 했습니다. 불에 타 죽느니 떨어져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심정으로 주민들은 18미터 높이에서 모두 뛰어내렸습니다. 그런데 짐승만도 못한 용역깡패들과 경찰들은 중부상당한 주민들을 폭행까지 했습니다. 박순덕 열사는 병원에 실려간 다음 날 몸이 퉁퉁 부어오른 채 끝내 산화하셨습니다. 경찰은 방화살인의 책임을 주민들에게 떠넘기며 병원에 누워있던 중부상 상태의 주민들을 전격 구속시키는 또 한 번의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6월말 부녀자 7인이 구속당했고, 박순덕 열사가 산화했으며, 남편들 모두가 중 부상을 입고 구속되거나 수배됐습니다. 이처럼 전체 전선이 무너진 다음에도 끝까지 전선을 지킨 철거민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그러나, 저들이 짓밟으면 짓밟을수록 우리 철거민들은 더 세차게 일어났습니다.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사람 목숨도 파리 목숨처럼 여기며 살인을 서슴지 않는 야만 세력에 대한 분노로, 박순덕 열사에 대한 살아남은 자의 책임감으로 철거민들은 그 이후 석 달 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으며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그런데, 철거민에 대한 탄압은 철거민만에 대한 탄압이 아니었으며 전체 노동자, 민중에 대한 탄압이었습니다. 자본과 정권은 한보철강, 기아자동차 부도사태 등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현장을 초토화시켜 갔습니다. 비 정규직 확대, 연봉제·성과급제 도입, 노조 무력화 공세가 그때부터 기승을 부렸습니다. 그때도 이랜드는 자본의 노조 말살에 저항하며 파업하고 있었고,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분쇄,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장기 투쟁을 전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본과 정권의 철거민 살인만행을 계기로 노동자, 민중, 학생들이 연대하여 석 달 동안 전농동, 청량리, 종로, 명동 일대를 뜨겁게 달구며 가열 차게 투쟁했습니다. 97년 여름의 박순덕 열사투쟁은 97년 초 총파업 이후 무너진 전선을 어느 정도 복구해낼 수 있게 한 투쟁이었으며, 전노협의 결사적이고 비타협적인 투쟁 정신을 계승하여 현재로 이어준 하나의 가교였습니다. 비록 열사는 가셨지만 열사투쟁으로 되살아나 산 자들에게 갈 길을 밝게 보여주셨으며, 아무리 어렵고 힘든 순간일지라도 노동자와 빈민이 주인되는 그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4년이 지났지만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거의 없습니다. 자본은 대우자동차에서 1750명을 정리해고했고, 경찰은 파업현장을 짓밟았으며 다시 한번 노동자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기 위한 정리해고, 비정규직 확대, 노조 말살의 공격이 모든 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으며, 효성, 레미콘 같이 파업중인 노동자들에게는 어김없이 폭력경찰의 군홧발과 몽둥이가, 심지어 도끼까지 춤을 추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착취와 탄압이 있는 곳에는 투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월곡동, 권선 3지구, 수색, 봉천 3동, 김포 신곡리 철거민들은 4년 전과 똑같이 가수용 건설, 영구임대주택 쟁취를 요구하며 계속 투쟁하고 있습니다. 생존권을 말살하는 노점 단속에 맞서 전국의 노점상들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빈민학생, 계급적 단결을 위하여
이번 토론회는 이처럼 철거민 운동이 자기 역사를 평가하면서 새롭게 모색하고 있는 전망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여러 동지들의 의견을 들으며 더 다듬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철거민 운동이 노동자운동의 일부라는 관점에서 자기 역사를 평가하고 전망을 모색하는 것은 철거민 운동에 연대해왔던 노빈학 연대운동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민주 노조운동은 전해투나 몇몇 지역 노조를 중심으로 빈민운동에 연대해왔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노빈 연대는 아주 취약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민주노조운동에 단사의 경제적 이익만을 중시하는 당장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것에는 연대하지 않으려 하는 단사주의, 실리주의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단사주의, 실리주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중소기업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노동자운동과 연대하려 하는 철거민, 빈민 운동, 학생운동에도 많은 실망과 어려움을 주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 연대투쟁에 어느 정도 적극적인 전투적인 노조들이라 할지라도 철거민, 빈민, 학생 등 전체 민중의 선두에 서서 민중에 가해지는 생존권 박탈과 탄압에 맞서 싸우는 것은 아직까지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자 내부의 연대에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피억압자인 민중들을 이끌 수 있을 때만 강력한 자본, 정권과 싸워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민주노조운동은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 미조직 노동자들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의 구심이 될 뿐만 아니라 전체 민중의 지도구심이 되기도 해야 합니다. 철거민 운동이 노동자운동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은 노동자운동이 전체 민중의 지도구심으로 서는 것을 요구하고 추동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학생운동은 철거민 운동에 대해 불쌍하니까 도와준다는 동정적 관점이나, '용역깡패와 경찰이 폭력을 휘두르는 것에 대한 단순한 분노를 넘어야 합니다. 그리고 노동자운동을 중심에 두지 않는 막연한 민중연대의 관점도 넘어서야 합니다. 노동자운동을 중심에 세우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관점을 분명히 세우고 노동자의 투쟁대열을 강화하며 노동자운동이 전체 민중운동의 실질적 구심이 될 수 있는 방향과 실천방침을 제시하고 선도해야 합니다. 철거투쟁이 있을 때만, 큰 파업과 집회가 있을 때만, 그리고 연중 정기행사 식으로 노빈학 연대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노빈학 연대투쟁을 해야 합니다. 노동자투쟁에 결합해서는 노동자들이 철거민, 노점상을 포함한 전체 민중의 구심이 되는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철거투쟁에 결합해서는 철거민들이 노동자운동의 관점을 갖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항상 노동자, 민중이 어떻게 사회적 모순에 희생되고 있는지 설명하고, 노동자가 주도하는 민중연대 투쟁을 어떻게 일으키고 강화해야 하는지를 얘기해야 합니다.
철거민 운동의 새로운 모색은 학생운동에게도 관성적인 노빈학 연대를 넘어 노동자운동의 관점을 분명히 하는 성숙한 노빈학 연대운동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동자계급으로 다시 선 철거민
"철거민 운동 평가와 진로 및 노빈학 연대의 전망 수립"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하려고 합니다. 결코 짧지 않은 5년의 투쟁을 마치고 드디어 전농 3동 투쟁백서를 발간했습니다. 백서 발간을 계기로 철거민 운동 및 노빈학 연대운동을 역사적으로 되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해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중심적인 내용은 철거민 운동이 단순히 빈민운동으로 그치지 않고 노동자운동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가장 열심히 투쟁했던 철거민들의 다수는 건물 청소부, 시설 관리자, 일용직 노동자, 환경미화원, 보험모집인, 실업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파출부 같은 밑바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밑바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빈민촌에 살며 대책없는 강제철거를 당할 때는 철거반대, 주거권 쟁취투쟁을 해야 하지만, 철거 투쟁이 끝나고 생계를 위해 취업한 상태에서는 밑바닥 비정규직 노동자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철거 투쟁은 밑바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거권 말살의 위협 앞에서 일시적으로 전개하는 투쟁인 것입니다. 철거투쟁은 철거지역에 사는 이 밑바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자운동을 하는 첫계기이거나 일시적인 통과점일 뿐인 것입니다.
이제 철거지역의 밑바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철거 투쟁 이전이나 철거 투쟁 이후에는 비정규직 노조, 지역일반 노조 등에 가입하여 노조활동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철거 투쟁이 끝난 다음 목숨걸고 싸웠던 철거민들이 운동을 그만두거나 혼란을 겪는 일 없이 노동자운동으로 안전하게 이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래야만 철거투쟁도 소수 철거민들과 전투적 학생들, 단체 활동가들의 격렬하지만 고립된 투쟁을 벗어나 다수의 투쟁하는 노동자들로부터 지지받고 엄호받는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철거민들이 철거투쟁 이후 전망을 찾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불거져왔는데, 최근 밑바닥 비정규직 노동자운동이 활성화되고 철거민 출신이 비정규직 노조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과거에도 철거민 운동은 노동자운동의 일부다라고 얘기해왔지만 최근에 와서 이 점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으며, 새로운 실천적 전망을 모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과거 철거민운동은 전망에 대한 숱한 모색들이 있었음에도 밑바닥 비정규직 노동자운동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상적인 수준에 제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철거민들의 대다수는 미조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로 노동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철거민 투쟁이 전개되면서 노동자의 삶, 즉 현장으로부터 유리되어 투쟁할 수밖에 없었고 철거민 투쟁이후에 대한 뚜렷한 상을 가져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철거민 투쟁에서 소소유자의 관점을 철저히 배격하며 자본과 비타협적으로 투쟁하는 과정은 우리를 노동자계급의 일부로 위치하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비정규직 운동은 우리 철거민운동의 전망을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철거민 투쟁을 통해 배웠던 수많은 투쟁의 교훈이 사장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하에서 투쟁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지위에서 연속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비정규직 운동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비정규직 투쟁의 선봉에 섰던 동지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또한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동지들의 소중한 교훈을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계승발전시킬 수 있도록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일시 : 2001년 7월 25일 늦은3시부터
장소 : 서울시립대 자연과학관
문의 : 전철연 사무실(02-839-5564)
전국철거민연합(839-5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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