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전국연합 화요정치 마당 보고
중복을 코앞에 두고 더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한 낮에 잠깐씩 뿌려대는
소나기도 이내 더운 습기로 올라와 비를 뿌릴 때의 시원함에는 못미쳤다. 해는
뿌연 구름 띠 뒤에 숨어있었으나 구름이 그 열기까지 가려주지는 못했다. 전국연합
화요 정치 마당이 아홉 번째 있는 날(7월 24일), 모든 사람들은 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오늘 광화문은 예전과는 다르게 매우 조용했다. 오전 8시부터 항상 집회를 하고
계시던 전국건설운동노조 분들은 오늘 하루 서초동 법원으로 투쟁현장을
옮기셨으며, GM에 매각 초읽기에 들어간 대우자동차 노조는 내부 일정 상 투쟁에
결합하지 못하는 날이었다. 조용한 오후 한 때는 흡사 첫 번째 화요정치마당을
광화문에서 진행하던 날의 그 모습과도 비슷했다. 첫 번째 화요정치마당을
맞이했던 때가 처음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이었다면, 오늘 이 자리는 첫 마루를
넘고 난 후의 성과를 나누어야 하는 열 번째 자리에 앞선 긴장이 들었던 자리라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였을 뿐.
전국연합 본부 일꾼과 서울, 경기동부, 인천연합 동지 등 약 20여명은 7월
18일부터 GM매각을 위한 3차 협상에 들어간 대우 자동차 상황을 공유하며 7조원
가치의 대우자동차를 7000억원이라는 헐값에 매입을 요구하는 그 진상에 대해 함께
분노하였다. 더욱이 정권유지에 급급한 나머지 민족의 경제를 살리겠다던 예전의
각오가 제발 대우자동차를 사달라고 애원하는 자세로 뒤바뀌어 버린 정부의 태도에
노동자들의 분노는 이미 정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그리고 투쟁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이 모든 배후에 미국이 있음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나를 공장에서 몰아냈던 미국, 우리 민족의 근간 경제를 잡아 삼키려는 미국은
이제 그것도 모자라 7조원에 이르는 대우 자동차를 두 번이나 살려낼 수 있는
13조원 가량의 무기도입을 강요하고 있으며 그 근거로 MD정책 구축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굽신거리며 그들의 입맛을 맛추려 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등 돌리고 외면만 해서도 안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라꼴이 이렇게 돌아간다고 언제 정부에 우리가 의지하였던 적이
있었던가?
7월 27일 일국의 국무부 장관 파월이 일국의 수반 김대중 대통령에게 MD구축과
무기도입을 강요하고 협박하러 올 예정이다. 민족의 자존을 짓밟으면서까지
제국주의적 그들의 이익을 채우는데만 혈안이 되어있는 미국을 향해 전국연합은
강력한 응징을 가할 것이다. 전국연합은 오늘 화요정치마당을 통해 이번주를 미
국무부 장관 파월 방한 반대 투쟁 비상기간으로 설정하고 이에 적극 투쟁해 나갈
것을 결의하였다. 1박 2일간의 짧은 방한 일정이라도 파월이 한국에 왔음을 잘 못
했구나라는 생각을 확실히 들게 해줄 작정으로 적극 투쟁할 것이다.
우리의 경제를 살리는 것도, 우리의 자주국방과 민족자주를 살리는 것도 언제나
미국 반대라는 기치에 모여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10차 전국연합
화요정치마당, 그것은 이러한 성과 위에 광화문에 노동자들의 가슴속에서 성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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