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력과 불법체포·감금 중단 촉구 사회단체 기자회견문>
지금 부평일대는 "계엄령 선포 없는 계엄상태"
- 불법 예비검속 등 5공시절의 '원천봉쇄' 수법과 무엇이 다른가?
1. 김대중 정부는 역사의 시계를 20년이나 거꾸로 돌렸다.
지난 2월 20일부터 22일까지의 3일간 인천의 부평 일대에서 자행된 경찰의
폭력은 그 험했던 5공시절 등 군사독재정권 시절을 방불케하는 잔인무도함 그
자체였다. 그 수법 그대로였다.
2월 20일 경찰은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을 붙잡는다는 구실로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산곡성당에 난입해 성직자까지 무차별적으로 두들겨 팼다. 이어서 2월 21일 예정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부평역 근처에 모여드는 노동자, 학생, 시민, 심지어 애를
업은 여인, 노인까지 마구잡이로 폭행하였다. 보다못한 시민들이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행사를 항의하자, 폭행을 중단하기는커녕 이를 항의하는 시민들을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가 하면 방패로 뒷머리를 가격해 30바늘이나 넘게 꿰매게 만드는
유혈사태까지 발생하였다.
더구나 경찰은 취재나온 SBS 기자를 강제연행하면서 폭행하고, 노동의 소리 방송국
취재 카메라를 부수는 등 상식 이하의 만행을 저질렀다. 또 합법적인 집회신고
절차를 모두 마친 장소에 전투경찰을 배치하여 집회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집회장소에 미리 와 있던 민중대회위원회 이용규 사무처장을 비롯한 노동자,
시민을 무참히 폭행하면서 불법 체포·감금하였다.
심지어는 일제시대 악명높던 치안유지법에서나 보던 불법예비검속까지 마구
자행하였다. 21일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오던 사무금융노련과
보건의료산업노조의 차량과 탑승한 노조간부들을 부평톨게이트 근처에서
부평경찰서로 강제로 끌고 갔다. 당시 경찰이 차량을 막아서고는 부평역 집회가
집회금지통보되었다고 하였는바, 노조간부들이 그렇다면 차량을 돌려서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하자 잠깐 기다리라고 해 놓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부의
지시를 받았는지 강제로 차량과 노조간부들을 부평경찰서로 끌고 가서는 7시간
이상 불법 체포·감금하였다. 더욱 놀라운 일은, 연행의 이유를 따지자 실제로는
경찰이 길을 막고 통행을 못하게 하였던 것인데 도리어 노조의 위 차량들이
사이드브레이크를 걸고 교통을 방해하였다는 혐의로 현행범 검거차원에서
연행하였다고 엉터리 구실을 대는가 하면, 몇시간이 지난 뒤에는 아무 잘못없이
불법 체포·감금되어 있던 노조간부들에게 적반하장격으로 경위서를 제출해야만
석방하겠다고 강압하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당시 미란다원칙 등 적법 절차가 완전
실종된 상태였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2. 22일 오후 부평일대는 마치 계엄상태를 방불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당국은 22일 오후 1시부터 예정된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
단위노조대표자회의 장소인 부평역 인근 신한국신용금고 건물을 원천봉쇄하였다.
현행 헌법과 집시법상 옥내집회는 신고할 필요조차 없는 합법집회인데도 경찰은
이를 불법적으로 봉쇄하였다. 심지어는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화천기계노조 위원장 등 10여명의 노조 간부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하는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다. 미란다원칙 등 적법절차는 고사하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또 법적
근거도 없이 불법 체포·감금 행위를 마구 자행하였던 것이다.
또 당일 '정리해고 분쇄! 강제진압 김대중 정권 규탄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던
부평역 앞은 아침부터 수천 명의 경찰이 점거했고 노동자나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은 집회시위를 한 것도 아닌데도 눈에 띄는 대로 마구잡이로 연행당하였다.
그 악명 높던 일제시대 예비검속령이 이른바 '국민의 정부' 시대에 부활한
것인가?
부평일대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불법예비검속 사태가 마구 자행되었다.
22일 새벽 부평집회에 참석하려는 노동자들을 태운 버스를 창원과 울산, 광주 등의
시가지에서 또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경찰이 다짜고짜 차량을 가로막으면서
차로를 점거하는 통에 이 일대 출근길이 모두 막히는 난리가 났던 것이다.
3. 국민의 인권을 짓밟는 정권은 필경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다.
도대체 그 무엇이 이 정부를 이토록 타락하게 했는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지금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입만 열면
노벨평화상 받았다고 자랑하는 김대중 국민정부 시대에 살고 있는가? 잘못을
꾸짖는 국민을 향해 오히려 폭력을 휘두르는 정권은 반드시 불행해진다. 폭력은 더
큰 저항을 부르고 더 큰 저항을 막기 위해 정권은 점점 더 포악해지기 때문이다.
정권이 이성을 상실하고 폭력이 극에 달할 때 국민들의 저항이 화산처럼
폭발한다는 것, 이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는 점을!
우리들 민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김대중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그리고
엄중하게 경고한다. 국민의 인권을 폭력으로 짓밟는 정권은 필경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서 좌초하게 될 것임을!
1. 김대중 대통령은 이러한 '계엄령 선포없는 계엄상태'에 대해 국민 앞에 공개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공개서약하라!
1. 이무영 경찰청장을 파면조치하고, 인천경찰청장과 부평경찰서장 등 관련
경찰관을 처벌하라!
1. 불법 체포·감금하고 있는 연행자들을 즉각 석방하고, 부상자들의 치료비를
전액 배상하라!
1. 불법 예비검속을 즉각 중단하고, 집시법상의 집회와 시위를 전면 보장하라!
1.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고, 해외매각 계획을
중단하라!
2001년 2월 2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빈민연합,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 노동자의 힘, 사회진보연대, 민주노동당,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청년진보당, 민주언론운동
시민연합, 건강사회를 위한 보건의료단체 대표자회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범민련 남측본부, 민족정기수호협의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전국노동단체연합,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노동인권회관, 청년연석회의,
청년환경센터, 한총련, 전국학생연대회의, 전국학생회협의회,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준), 전국불교운동연합, 영등포 산업선교회, 일하는
예수회, 서울장애인연맹(서울 DPI), 외국인 노동자 대책협의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