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부도] 노동자 희생 일방강요 비통
지난 99년 8월 워크아웃에 돌입하며 채권단이 제시한 출자전환 약속을 믿고
모두들 대우차가 본격적으로 회생의 길을 밟는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채권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정부와 채권단 모두 해외매각만이 살길이라고
매달렸다. 결과는 포드한테 농락당한 것이었다.
지난해 9월 재정경제부 장관과 산업은행 총재는 선인수-후정산이라는 비상식적
방식으로 대우차를 1개월 안에 처리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유력한 인수자라는
지엠(GM)은 한발 빼고, 생산은 방치되어 기업브랜드는 더 망가졌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에 동의하면 모든 게 해결되고, 아니면 망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선정상화를 주장하던 노조는 결국 구조조정 동의서를 쓰고,
노사합의로 정상화 방안을 만들었다. 노조는 우선 정상화를 위해 브랜드 이미지
개선, 조기 신차출시, 전략차종 개발, 이를 위한 비용마련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채권단의 추가부담을 우려해서 외국투자기관과 직접 투자상담에 나서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국민기업화 운동'도 추진됐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해 12월 의원퇴직이라는 일방적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노조는
백번 양보해서 무급순환휴직 안을 내놓았다. 2천명을 정리해고하는데 당장
퇴직금만 지급하려해도 600억원 가량이 든다. 그런데도 회사는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여러 자리에서 회사쪽은 정리해고보다 순환휴직이 비용절감 면에서
낫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왜 도움이 되지 않는 정리해고를 강행한 것일까?
회사는 '명분' 때문이라고 답했다. 외국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한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 대우차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지엠에 매각하기 위해
정리해고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7조원을 넘던 매각가격이 지금은 3천억~4천억이라는 소문이 떠돈다. 이미 수조원이
사라져 버렸다. 정부와 채권단은 정리해고라는 극단적인 노동자 희생을 강요하고도
“곧 지엠에 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 못지 않게
정부 당국자들이야말로 대우차 부도의 책임자들이다. 수십년간 대우차에서 일해온
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까지 지엠에 팔려고 하는 정부의 의도는 성공 여부를 떠나
비통함을 자아낸다.
전국금속산업노조연맹 정책2국장 조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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