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노동자 대표단 국제노동사무국 방문
<제네바특보> 대우제국의 노동자들은 어제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조합권리에 대한
한국정부의 심각한 침해행위를 고발했다.
제네바의 자동차 국제박람회장에서 수십만 명의 방문객들이 꿈의 자동차 앞에서
넋을 잃고 있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수천 명의 대우기업 노동자들이 결사투쟁을
벌이고 있다. 어제 아침, (가입자수 육십만 명 규모의) 한국민주노총 대표단이
국제노동사무국 본부를 방문했다. 그들은 노조가입의 자유에 관한 원칙을 침해하는
법을 연장하기로 한 김대중 정부를 고발했다. 국제노동사무국의 노조활동 담당부의
일원인 사토루 타부사 씨는 그들에게 지원을 약속했다.
노동조합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은 남한과 같은 나라에서는 우리와 같이
민주주의 전통이 오래 된 나라와는 사뭇 다른 가치를 띤다. 노동자들은 해고
되어도 국가로부터 어떠한 생활보조금도 받지 못한다. 기껏해야 다니던
회사로부터 6개월분 월급에 해당하는 소액의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을 뿐인데
그것으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것은 경찰에 의해
강제 퇴거당하기 전인 2월에 대우 자동차 공장 점거를 시도했던 파업노동자들의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의) 결의수준을 설명해 준다. 게다가 대다수의 대우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해고되자마자 (회사와 연계돼 있는) 아파트에서 쫓겨나고 있다.
특히 그들은 투쟁경력 때문에 일자리를 찾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냉전이 남긴 유산
한국민주노총 활동가인 박점규 씨와 네덜란드에 살고있는 학생 지지자인 장광열
씨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죠. ＂두 활동가는 이어서 이렇게 말을 덧붙였다.
‘’1996년과 1997년 이후로 불어닥친 동남아시아의 위기를 혹독하게 겪은
한국인들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정부에 더욱더 반감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부평의 파업노동자들을 짓밟은 정부의 탄압으로 거세어진 분노의 물결은
서울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3월 1일에는 전국에서 1만5천여 명이
가두시위를 벌이며 정권반대 투쟁을 전개했다．
경제호황 시기인 ８０년대에 노동자조직들이 상당한 성장을 이루었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조합과 관련한 법률은 냉전의 산물로서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 법률은 늘 내부의 적을 가려내는 시금석 역할을 하고 있지요＂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한국민주노총은 독재시대에 만들어진 공식노조인 한국노총에
견주는 사실상 유일한 독립노조연맹체이다．
그런데, 한국의 법에는 노조가 이미 존재하는 기업에서는 새로운 노조를 결성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이 고상한 행동은 결국 독립노조를 금지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그토록 비난받아온 법조항을 약속한대로 폐지하기는커녕, 지난 2월 9일
정부는 이 조항을 2006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과거의 팽창의 상징
이것은 문제의 조항이 결사의 자유와 조직결성권 보호에 관한 국제노동사무국의
８７협정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처사이다. 이들
활동가들은 이법의 부당함을 확신하고 있으며 사토루 타부사 씨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남한의 현실 상황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타부사 씨는 한국 정부에
대한 그들의 제소를 공표하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그는 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국제노동사무국은 제삼자 단체이다. 우리는
신속하게 한국정부에 서한을 보내겠다. 그러나 우리는 답변을 기다려야 하며 또한
한국민주노총의 견해도 알아보아야 한다.’’ 대우자동차의 실패는 간단히
말하면1999년 8월에 부도가 선고된 이후로 도피중인 대우재벌 창업자 김우중의
무리한 경영방침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 실패는 국가 전체에 타격을 주는 금융
및 경제의 세계화 과정이 보여주는 특징이기도 하다.
대우는 한참 잘 나가던 시절에는 삼성과 현대에 버금가는 삼대 재벌기업들 가운데
하나로서 세계를 누비는 한국경제의 급속한 팽창을 상징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기드문 이런 대우의 성장은 국가의 통제하에 있는 은행들로부터 제공받은 엄청난
규모의 자본 투입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리고 곧 위기가 닥쳤다. 투자자들은
몰락했으며 화폐가치가 폭락했다. 이러한 실상을 감추려고 오랫동안 애써왔던
대우는 현재 80억 달러에 이르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음이 드러났다. 이 상황에서
크게 이득을 챙길 당사자는 대우의 상표를 헐값으로 매입하게 될 미국의 거대 기업
제너럴 모터스사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대우는 해외 매각을 실현하려면 그
이전에 고용인원을 더 많이 감원해야 하고 너무 많은 노동조합원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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