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금일 동국대학교에서 있었던 시위현장에서 사진을 찍었던
프리랜서 사진기자입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들었으며 90년대에는 여러분과 같이 투쟁의 거리에서,
지금은 시위대와 경찰 모두 달갑지 않아하는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수많은 집회와 시위현장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저는 오늘 시위현장을 다녀와서 느낀점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오늘 언론을 통해 시위소식을 접하신분들도 계시고, 직접 시위현장에 참여했던
학생들과 노동자들도 계실겁니다.
오늘 있었던 시위현장에서는 돌과 화염병 쇠파이프가 난무했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정말 전쟁터와 같았습니다..(시위현장을 촬영하고 취재하는 기자들은 자신들을
간혹 종군기자라고도 한답니다)
얼굴에 복면을 하고 불붙은 화염병을 손에 쥔 학생들.
방패와 곤봉으로 중무장한 진압경찰들.
저도 10여년전, 똑같은 모습으로 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했던 기억이 귀가길에 문득
떠오더군요.
90년대에 있었던 그러한 모습을 지금도 똑같이 되풀이대는 모습.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까요.....
한번 지나간 시간은 두번다시 오지않는다고 하는데 어찌 시간을 10여년전으로
돌려놓은듯한 모습들이 저의 카메라 앵글속에 비쳐지는걸까요?
너무나도 답답한 현실....
제가 10여년전 돌과 화염병을 손에 쥐고 거리에 나서면서 어린 동생들에게는 이런
세상을 물러주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마, 10여년전 거리에서 나와 구호를 외치며 열심히 투쟁하던 분들의 마음역시
모두 저와 같은 다짐으로 거리로 나설을겁니다.
그러나, 오늘 저의 카메라 앵글속에 비쳐지는건 10여년전과 똑같은
모습이였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비극 아닌 비극....참 마음이 아프더군요
오늘 몇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되었습니다.
몇명의 진압경찰도 많이 다쳐서 동료들에게 질질 끌리다시피 옮겨지고
다친 동료경찰의 분풀이라도 해주듯 연행되던 학생들에게 구타가 무척이나
심하더군요.
왜 같은 이땅의 젊은이들끼리 서로 적아닌 적이 되서 대치를 해야하고
서로에게 그렇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해야하는지....
너무나도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 연행되신분들과 시위도중 다친분들 모두 걱정이 됩니다.
또, 적아닌 적이 되어 학생,노동자들과 싸우다 다친 경찰들도요.
연행되신분들은 지금쯤 어느 경찰서의 조사실에서 온갖 욕설을 들으며
조서를 꾸미고 있겠지요?
연행당시 다쳐 옷에 묻은 피도 제대로 닦지 못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채....
동국대로 이동시 지하철역 구내에서 해맑게 웃던 어린 동생들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어쩌면 그도 그들중에 섞여 있었던 학생이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더욱더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너무 감상에 접어든걸까요???
노동자들이 수천명씩 해고되고, 민중의 삶은 더욱 처참해지는데 너무
감상에 젖어있다고 욕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너무 욕하지 마십시요...바뀌지 않는 이세상, 되풀이되는
지금의 현실을 한탄하며 한 사람이 글을 올렸구나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제 봄입니다....금일 집회 사회자가 봄은 왔는데
우리들의 마음은 아직도 추운 겨울이라는 했지요??
저는 그말에 무척이나 공감이 갑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이러한 모습을 한탄하며
한사람이 장문의 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시위에서 일부 사수대와 사진기자들과의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취재진은 시위대와 경찰 모두가 "암" 적인 존재로
여기더군요
분명 자신의 모든것을 다 바쳐 싸우는 학생들에게 셔터만 눌러되는
사진기자들이 성가신 존재로 느껴질테고, 경찰 역시 그렇게 생각할테니깐요
또, 그렇게 찍어봤자 언론에 나오지도 않는데 뭐하러 찍냐며 거칠게
항의하는 한 사수대의 모습을 보면서 무척이나 미안한 생각을 들었습니다.
저희를 불필요한 존재로 생각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훗날 오늘 있었던 가열찬 투쟁의 정당성이 재평가 받는날
오늘 찍혀진 한장의 사진이 역사의 산증거가 될꺼라고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이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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