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결과를 영국에서 본다..
광우병을 발생시켜 지구촌에 전파시킨 나라는? 영국이다. 구제역을 발생시켜
전세계에 번지게 한 나라는? 그것도 역시 영국이다. 지금 영국은 장작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장작더미를 이용해 수십만 마리의 가축을 소각시키고 있으나
불에 태워 처리하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도축된 고깃덩이가 소각장 마당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쌓여가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왜 영국인가? 예전에 '영국병'이라는 말이 있었다. 보수적이고 비효율적이며
실업자는 여기저기 어슬렁거리고 성장에는 둔감한 병이 '영국병'이었다. 오죽하면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 실업자 100만 돌파에 IMF 구제금융 신청이라는
치욕을 당했겠는가. 1970년대 초반, 이것을 뜯어고치겠다고 나선 사람이 대처
수상이다. 자유화·민영화·개방화…. 지금 신자유주의가 부르짖고 있는 가치들을
훨씬 앞서서 설파한 사람이 대처 내각이었다.
영국병은 고쳐지기 시작했다. 정부와 기업의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정리되기
시작했고 외국인 투자도 늘어났다. 국영기업을 대대적으로 민영화한 것도 이때고
비효율적인 제조업을 정리하거나 해외에 매각한 것도 이때였다. 사회 복지도 대폭
축소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나라에만 의존하는 버릇을 고쳐 개인의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엄중히 꾸짖었다. 우리의 생산적 복지와 매우 흡사하다. 어쩌면
당연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철저히 베끼고 있으니 말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자
실업자가 줄기 시작했다. 유명한 영국의 실업률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서 영국은 미국과 함께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기 시작했다. 규제
완화와 개방을 전격적으로 단행하면서 영국의 런던은 유럽 금융의 중심지로 다시금
벌떡 일어섰다.
그렇다면 영국이 왜 문제라는 말인가. 그 대답의 첫 순서는 철도민영화 후유증에서
나온다. 국영철도에서 민영화로 바뀌면서 기차 운영 회사만 25개에 달했다. 다들
이익을 남기려다 보니 수익이 오르지 않는 지역에는 기차를 띄엄띄엄 보내거나
서비스의 질을 낮추었다. 신호 체계나 유기적인 협조가 안되고 적은 인원으로
정비가 부실해졌다. 철도 요금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에는 수십 명이 죽고,
혹은 수십 명이 다치는 대형열차 사고가 잇달아 일어났다. 그러자 나온 대안이
다시 공기업화로 돌아서자는 것이었다(마치 우리 나라가 공적 자금 쏟아붓고 변한
것 없이 제 자리에 서 있는 형상과 비슷하다).
개방화로 끌어들인 외국 기업도 좋지만은 않았다. 외국인 투자로 기업을 살리기는
했는데 자동차·기계·전자 분야에 영국 기업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이다. 더구나
장사가 조금만 안 된다 싶으면 보조금 달라, 금리 조정해 달라면서 들어주지
않으면 공장 빼가겠다고 위협하기 일쑤여서 영국 기업들은 눈꼴사납다고 난리다.
대처 내각은 노동조합과도 정면 승부를 벌여 굴복시켰다. 막강하다던 영국 노조가
처음에는 노조지원제도 축소 내지는 철폐 정책에 밀리고 다시 노조활동 규제
정책에 밀리다가 1985년 광산노조가 진검 승부에서 패하면서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십 수년이 지난 지금 영국은 빈부 격차가 커졌다. 그것이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속성이니 원인을 굳이 분석할 필요도 없다. 금융은 커지고 제조업은
시들었다. 실업률은 줄어드는데 비정규직이 늘어나 고용은 불안하다. 그리고
가축들에게서 전염병이 돌고 있다. 싼값에 먹이고 효율 높은 사료를 찾아 경쟁력을
높이다 보니 죽은 양을 갈아 초식 동물인 소의 먹이로 썼고 결국 탈이 나고 만
것이다. 범죄율도 높아졌다. 사회보장이 축소되었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결국
경찰을 늘리기로 했다.
여기서 한국과 영국은 신자유주의 추구의 접점을 마련한다. 우리도 거리에 경찰이,
전투경찰이 늘어나고 있다. 왜 '신자유'는 경찰력 증강을 기반으로 하는가 말이다.
한국의 서울, 3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이은 화이트데이 타령으로 젊은이들이
들떠 있던 그 날, '민중생존권 쟁취 전국민중연대'라는 범국민조직 하나가
출범했다. 민중의 연대,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투쟁의 열기가 뜨겁던 시절의
이름이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결과에 맞서 부활한 것이다. 그럼 다음에 부활할 것은
무엇인가. 백골단? 그들인가? 독재 시대를 겨우 끝내고 돌아서려는데 신자유주의
독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대처의 선택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지만 기반은 다르다.
적어도 영국은 오랫동안 민주주의 전통 아래 전국민의 복지에 대한 국가의
포괄적인 책임을 수행해온 나라이고 우리는 전쟁 후에 들어선 군부 독재에 의해
사회 구조의 왜곡이 심화된 채 25년 여를 보내다가 이제 겨우 제 길로 들어선
참이다.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부작용을 타개하기 위한 사회의 유연성이
훨씬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 차이는 결국 더 심각한 사회의 병리와 피폐로
우리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부디 정부는 이 땅의 민중을, 대처가 노동자와 빈민을 두들겨 깨워야 할 무리로
보았던 지난 과오를 되밟지 않기를 소망한다. 설득과 협조로, 공존과 번영을 함께
모색해 나가지 않는 한 그 대가는 혹독하기 이를 데 없을 테니 말이다. 세상에서
돈 없고 힘없는 노동자로 태어난 그들이 탄압받거나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게
만든다면 그 잘잘못은 고스란히 정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쓴 변상욱 기자회원은 현재 CBS 편성부장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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