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사태 평가와 노조운동의 과제(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대한 전면비판
1. 들어가며
지난달 2월 16일 1750명이라는 사상초유의 정리해고가 단행이 되고 3일만에
파업현장이 포크레인으로 짓밟힌 이후 벌써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공권력
침탈이후 노동계의 투쟁은 불붙기 시작했고 지도부는 부평공장 부근의 산곡성당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고 지금까지도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대우차노동자들과 전국의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싸움을 해왔으며
어떤 판단을 내리며 지금까지 투쟁을 이끌어왔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 아니라 더욱더 거대하고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갈 준비를 할 수 있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하기에 우리는 이를 기점으로
앞으로 어떻게 진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다시한번 점검해봐야
한다.
어쩌면 이미 원칙과 방향은 처음부터 고정불변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리해고 통보
당일날 마지막 협상자리에서 노조가 최종안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한 순간만
제외하고는 말이다.
계엄상태를 방불케하는 부평의 삼엄한 경비를 보면서, 철저한 언론의 통제를
보면서, 노동부장관의 뻔뻔스러운 실업대책의 강변을 보면서 우린 이미 정권과
자본의 태도를 감지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협상할 것도 없는 것이 현실적 조건이었다. 하기에 투쟁의
원칙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결사항전, 임전무퇴였다. 대우노동자들의 가슴에 새긴
원칙은 '투쟁으로 쟁취하자'라는 그 흔해빠진 구호였던 것이다. 이 원칙은 단
한명의 정리해고자가 남더라도 지켜져야 할 원칙인 것이다.
하기에 지금 시기 '정리해고 최소화와 남아있는 조합원을 위해 교섭테이블로
나서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탁상공론적인 발상인가?
투쟁의 현장에서 머리가 깨지고 가족들의 절규를 들어가며 실천적 연대를 수행했던
동지들에게는 이 투쟁이 결코 상층지도부의 교섭카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느꼈을 것이다.
공권력침탈 다음날 부평역광장에 모인 노동자군대는 성난 파도가 되어
부평공장까지 진군하였다. 수천의 경찰병력을 단 한번의 멈춤도 없이 4km나
밀어붙였다. 공장탈환을 목전에 두고 물량의 소진으로 급속하게 퇴각할 수 밖에
없었으나 그 투쟁의 기세는 날이 갈수록 하늘을 찌를 듯 했다. 20일 투쟁이후
경찰은 부평역에서의 모든 집회를 불허하고 인천시내를 마치 80년 광주를
연상케하는 계엄령 없는 계엄상태로 만들었다. 여기에 집회대오는 즉각 원천봉쇄에
항의해 수십명이라도 모이기만 하면 몸싸움을 벌이고 산발적으로 투석전을
전개하였다. 부평역광장이라는 집회거점이 저들에 의해 사라지자 집회대오는
인천시내 곳곳을 시위현장으로 만들었다. 경인고속도로, 인천대, 인천교대,
계산역, 작전역 등등을 돌아다니며 투쟁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다. 그 노력이
대우차투쟁을 전국적 이슈로 떠오르게 만들었고 4T부분파업이었지만 전국적
연대파업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공장을 빼앗긴 대자노조지도부는 22일 산곡성당에
새롭게 거점을 마련하고 흩어진 조합원들을 모아내고 투쟁대오의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3월 7일 공장이 재가동되었다. 경찰의 철통같은 경비속에 조합원들이 출근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관리자들과 경비용역들에 의해 감시당하며 일하고 있다. 하지만
GM은 '부평공장폐쇄'를 요구하고 있고 이는 1차 정리해고를 시발로 계속적인
정리해고가 단행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 투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우자동차 조합원들의 투쟁동력을 모아내는
것이다. 대자노조 지도부는 정리해고 대상자 조직화 등 체계정비를 하며
장기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부서별 대표체계를 세우고 선거구별 활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출근하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사측과 정부는 이미 정리해고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정리해고 분쇄투쟁대오는 쉽게 쑤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우차투쟁으로
촉발된 정리해고철폐투쟁은 전국적 전선으로 확대되어 구조조정반대,
김대중정권퇴진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통계약직노동조합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생명보험 3사의 총파업투쟁이 전체
구조조정저지의 전선을 더욱더 확대하고 있다.
지난 24일 금속노동자대회가 인하대에서 열렸고 저들의 원천봉쇄에 맞서 강력한
투쟁으로 응징하였고 향후 3월말 전국집중상경투쟁이 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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