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 3월호에 실린 '대우차사태 평가와 노조운동의 과제'라는 글을 읽으면서
먼저 방만한 대우차문제의 발생과정을 작년 부도이후부터 일목요연하게 분석하고
평가한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필자가 지적하였듯이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을 패배로 규정하고 투쟁의 과정보다 결과에만 착목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유감이다. 또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대우차투쟁의 처절함과 그
속에서 치열하게 투쟁했던 주체들, 그리고 계엄령과 다름없는 부평의 그 현장을
중심에 놓고 평가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글을 마치며(p23) 부분에 서술되어 있듯이 부정확한 정보에 의지했고(단적인 예로
1차 희망퇴직의 수가 1603명이라고 표기했는데 실제는 896명(사무직 536명, 생산직
360명)이고 2차 희망퇴직의 수는 376명(사무직 208명, 생산직 168명)이다) 긴박한
흐름속에서 존재했었던 여러 반전의 계기들, 그리고 투쟁의 성과적 측면은 전혀
주목하지 못했다.
이번 대우차투쟁에서 보여준 대우노동자들의 자생적인 공격적 방어투쟁과 공장침탈
다음날 맥없이 그냥 주저앉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기를 들고 전경들을 밀어낸
공세적 투쟁은 허탈하게 빼앗긴 공장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모두에게
심어주었고 스스로 반전의 기회를 만든 것이다. 하기에 이 부분이 평가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투쟁현장이 아닌 컴퓨터앞에서만 대우차투쟁을 관망하고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에 다름아니다.
지난 3월 2일 mbc스페셜을 보고 많은 국민들이 대우차투쟁의 진상과 그 처절함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모두들, 심지어 운동주체들 또한 설마했지만 정권과
자본은 1750명이라는 노동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하였고 이는 모두에게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이었다. 아직 자체투쟁동력이 채 모이지도
않았는데 저들은 엄청난 병력으로 공장을 에워쌌다. 해고자들은 하나둘씩 공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가족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공장으로 들어오지 못한
해고자들은 밖에서 산발적으로 충돌했고 공장안에는 먼저 결의한 사람부터 무기를
들고 자신의 생존권과 일터를 지키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싸움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옆에서 안타까워하고 가슴아팠할 때 이미 투쟁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좀더 많은 대우차조합원이 함께 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지만
직면한 현실에서 대우차노동자들은 최선을 다해 싸웠던 것이다. 비록 제대로
대응한번 못한 채 공장을 빼앗겼지만 정리해고 철폐투쟁은 여전히 우리의 유효한
투쟁구호인 것이다. 하기에 이제는 전체노동자가 '정리해고철폐 구조조정 저지'를
현실투쟁에서 외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다 이번 대우차투쟁이 대우차노조와 조합원들, 그리고 전체 노동운동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정리해고 철폐'가 정세와 역량에 맞지 않는 과도한
구호라고 규정짓기 전에 이번 투쟁이 중요하다면 먼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분명히 기억한다. 96년 노동법개악 저지투쟁과 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철폐투쟁이 상층지도부의 잘못된 결단으로 현장의 노동자들의 투쟁의지를
꺾어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움켜쥐어야 할 교훈은
싸워야 할 때를 놓치면 싸워서 진 것보다 더 치욕이라는 것이다.
지도부의 확고한 의지와 현장노동자들의 행동이 하나로 결합될 때 이번 정리해고
철폐투쟁은 구호를 넘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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