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한국통신과 정부는 계약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라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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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절박한 생존권적 요구를 짓밟지 마라!
한국통신과 정부는 계약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라
1.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존권적 요구마저도 정부의 강제 진압에 의해
봉쇄당했다. 29일 오전 8시 40분 경 서울 양천구 소재 화곡 전화국 목동분국에서
농성 중이던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 200여명은 농성 시작 5시간 30분 만에 경찰
특수 부대에 의해 전원 연행됐다.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현재
이대 목동병원에서 치료 중인 노동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 이번 사태의 책임은 불성실한 교섭으로 일관해온 한국통신과 이를 수수방관해
온 정부에 있다.
3. 한국통신은 교섭 기간 중이던 11월 30일 1천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그 후 12월 30일 자로 6천명을 해고했다. 짧게는 5년에서 6년, 길게는 10년, 20년
씩 계약직으로 일해 온 이들이었다. 수년을 일하고도 손에 쥐는 돈은 고작
85만원에 불과했고, 휴일도 4대 보험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규직이
되리란 희망에 참아온 이들이었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돌려달라!", "정규직화 시켜달라!"는 너무
당연한 요구를 내세우며 12월 13일 파업에 돌입했다. 중앙노동위원회조차도
한국통신이 부당해고를 자행하는 등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했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의 파업을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했다.
4. 하지만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한 지 100일이 지나도록, 한국통신은 일관되게
노동자들과의 교섭을 회피했다. 나아가 분당 본사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는
노동자들에게 청원경찰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를 수수방관한
채 '신속한 구조조정'만을 강조해왔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53%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지금까지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실로 무책임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5.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겨울 내내 찬 길바닥에서 침낭 하나에 몸을 맡긴 채
기나긴 농성을 진행하던 한 노동자는 반신불수가 되어 지금도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또 3명의 노동자가 구속됐고, 18명의 노동조합 지도부가 고소당했다. 대화와
교섭을 통한 사태 해결의 길이 막힌 노동자들이 대량 연행과 구속을 불사하고
전화국 점거에 나선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국통신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존권적 요구를 경찰을 통해 강제 진압으로 해결하는 정부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6.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은 "우리는 물건이 아니다", "우리들의 인내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사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중대한 인권침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이에 인권운동사랑방은 강력히 촉구한다. 지금이라도 한국통신과 김대중
정부는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라.
연행된 해고노동자들을 전원 석방하라
한국통신은 부당 해고된 계약직 노동자를 전원 정규직화하라
한국통신은 계약직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라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구조조정을 중단하라
2001년 3월 29일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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