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대우차의 부활'은 무엇인가
- '노동자의 경제학'이 아닌 '구조조정의 경제학' 김기원 교수의 한겨레 칼럼을
보면서
노동자의힘 정책위원회
지난 3월 27일 한겨레에는 '대우차의 부활을 위하여' 라는 제목으로 김기원교수의
칼럼이 실렸다. 이 내용을 두고 민주노총에서는 즉각 항의 성명을 발표하였고
김교수는 이에 대한 답장을 제출하기도 하였다.
김교수는 글을 통해서 이 투쟁이 정권퇴진 투쟁으로까지 발전하는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해고자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며, 상급단체의 투쟁은
알리바이투쟁, 무책임한 투쟁인바 노동자들은 사측과 힘을 합쳐 해외매각이든
독자생존이든 자구책강구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아울러 대우차
노동자의 죄라면 '직장을 잘못 선택한 죄'이며 자본주의 시스템을 쓰러뜨릴 수
없는 조건에서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적응해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이고 있다.
현 정세에서 대우차 투쟁은 어디에 서 있는가
대우자동차 투쟁이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갖고 있는 의미와 그 전망을 위한 모색은
이 자리에서 다시 깊게 검토할 필요는 없다. 단 우리는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논의가 갖는 정세적, 정치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른바 재벌개혁 등 자본주의적
합리화를 본질로 하는 경제학, 그리고 이에 몸담고 있는 이론가들이 갖고 있는
계급적, 정치적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분화되어야 함을 제기하고자 한다.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서 채택, 무급 순환휴직제 제안 등 등 노동조합이 자본의
공세 앞에 후퇴와 후퇴를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자본의 정리해고는 자행되었다.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에는 공권력이 즉각 투입되었고 투쟁이 한달이상
지속되면서 정권퇴진구호가 이어지고 있는 현재까지도 김대중정권은 수배자체포에
혈안이 되어 있을 뿐 아무런 대책도 강구하지 않은 채 강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심지어 "대우자동차는 쓰레기" 운운하는 발언이 아무 거리낌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상황은 구조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김대중 정권의 실패, 그
정치적 책임을 분명히 하면서 접근해야 한다. 지난 3년간 구조조정의 선봉장이었던
김대중 정권은 구조조정의 무자비한 칼로 대우자동차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았다.
그리고 이 성과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일상적 구조조정을 강화하고 이른바 노동력
유연화 공세 등을 통해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가 계급의 착취를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 강화하고자 하고 있으며 그들은 이러한 의도를 조금도 숨기지 않고 있다.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권퇴진 구호의 등장과 확산은, 상급단체들의
결합은 바로 현 상황의 돌파가 정권과의 대결속에서만 가능함을 지난 수년간의
투쟁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공격을 통해서 투쟁력을 강화하지
않는 한 자본의 무자비한 공세는 끝없이 이어질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김대중정권퇴진의 요구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대중적 요구가
아니라 수년간의 삶과 투쟁을 통해서 획득한 '대중적 자각'이며 현 시기
노동자들의 삶의 고통, 그 원인에 대한 발견이다. 상급단체들이 어떠한 편향과
한계를 가졌든 이러한 요구를 받아안아야 할 만큼 대중적 요구는 절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알리바이투쟁, 무책임한 투쟁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태도인
것이다. 공권력에 의한 공포감조성, 공장폐쇄 운운하는 발언, 제2, 제3의
정리해고까지 예상되는 현실에서 노자간 협상에 의해서 회사를 살리라는 발상이
얼마나 둔감하고 반노동자적인가 하는 것은 새삼 확인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건강보험재정위기와 같은 사안이 한두건만 더 터지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 지배세력내부에서도 나올 만큼 현 정세는 정권에게는 총체적
위기이며 대우자동차 투쟁은 그 정점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쟁을 발전시켜
나가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계급간 힘 관계를 변화시켜 가면서 새로운 전망을
획득해 나갈 수 있는, 또한 그렇게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에서 정반대의 해법을
제시하는 김교수의 글이 현 정세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한계가 드러나는 '구조조정의 경제학'
작년에 대우자동차 투쟁이 발전하면서 해외매각반대 등의 입장을 갖고 있는
이론진영내의 논객들중 많은 경우 투쟁이 발전함에 따라서 매각의 기정사실화 혹은
무정견한 태도를 갖곤 했다. 노동자계급의 삶과 단결의 강화, 주체형성의 관점에
서서 투쟁에 접근하지 않은 한 이러한 한계는 불가피할 것이다.
계급투쟁이 발전하고 격화함에 따라서 투쟁전술부터 정치적 전망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수준에서 대안이 요구되는 것은 법칙적인 현상이다. 우리는 이 사안에
대한 김교수의 입장이 정세에 둔감하고 합리적(?)인 무엇을 찾아보고자 하는
주관적 염원의 표현을 넘어서서 '신자유주의 기정사실화, 정리해고 기정사실화'의
입장에 서서 노동자적(?) 전망과 대안을 찾는 모색의 하나로 비쳐지고 있다.
이른바 정책대안이랄까?
한동안 재벌개혁은 노동자들의 요구사안에 있었고 자본주의적 합리화를 핵심으로
하는 재벌개혁이 노동자의 목소리로 요구되고 이를 근거로 재벌개혁과 노동개혁 -
정리해고 - 를 바터하는 양상도 만들어졌었다. 김교수 또한 재벌개혁론의 입장에
서 있었고 그 핵심은 재벌총수에 의한 재벌지배의 극복이었다. 결코 노동자적이지
않은 입장과 이론이 노동자적인 요구로, 구조조정의 경제학이 노동자의 경제학으로
비쳐졌던 현실은 계급투쟁이 진전함에 따라 이제 그 성격이 더욱 더 투명해지고
있다. 우리는 대우자동차 투쟁의 한복판에서 그 계급적 한계를 드러내는
'구조조정의 경제학'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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