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권태호 기자의 뉴스메일
대우자동차 뉴스메일 5편입니다. 오늘은 정부와 채권단에게는 `목놓아 기다리는
광야의 초인'같은 GM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한 번 알아봤으면 합니다.
대우차 논의가 한창일 때마다 우린 늘 심한 무력감과 갑갑함을 느끼곤 합니다.
노사가 정리해고 문제로 박 터지게 싸우고, 정부와 채권단은 연일 “GM 매각”
어쩌구 이야기하는데, 정작 GM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마치
감나무 아래에서 감 떨어지기만 마냥 기다리는 한심한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1.GM 관계자와의 만남
한달 전 쯤에 GM 관계자와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관계자와 만나 얘기한 내용을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왜 GM이 대우차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나?
=그건 우리 책임이 아니다. 대우차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다. 매매를 하려면,
물건을 파는 사람이 고정된 매물을 내놓아야 하는데, 대우차는 법정관리-부도
등으로 계속 상황이 변동돼 우리로서는 대우차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말 대우차 실사에 착수했다가, 11월8일 부도가 나
모든 실사가 중단됐다. 올해 1월에야 실사가 다시 재개됐다.
―GM은 손해 볼 게 없으니, 인수시기를 계속 늦춰 인수가격을 떨어뜨리려 한다는
분석이 있다.
=완전히 잘못된 분석이다. 우리는 제대로 된 자동차회사를 원한다. 우리가 지난해
초부터 지적했던대로 대우차의 기업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법정관리, 부도
등으로 인한 브랜드가치 하락도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 대우차에 대한
이미지가 국내외에서 크게 나빠진데다, 한국에서 덩달아 GM의 이미지도 악화됐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는 대우차 인수이후 우리에게 큰 짐이 될 수도 있다. 우린
빨리 인수절차를 매듭짓고 싶다. 지금까지는 대우차 상황이 유동적이었기
때문이다. 매매란 물건을 파는 사람이 먼저 갖고 나와야 하는 것이지, 사는 사람이
먼저 나설 순 없는 것 아닌가?
―GM이 아예 인수 자체를 포기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GM은 매우 큰 회사다.(매출액 규모로 전업종을 통틀어 세계 1위) 1~2년 내다보고
대우차 인수를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인수할 생각도 없으면서 그저 말만 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사회를 통과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 나중에 상황이 급변해
혹 그런 상황이 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진 못하겠지만, 현재로선 GM은 여전히
대우차에 관심을 갖고 계속 study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GM은 올해 미국 올즈모빌, 영국 복슬 등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생산감축에
들어갔다. 또 전반적으로 세계자동차 경기전망도 밝지 않다. 한쪽에서 생산을
감축하면서 200만대 생산규모를 가진 대우차를 인수할 이유가 있나?
=GM은 각 지역별로 별도의 생산·판매 계획을 갖고 있다. 또 각 지역은 자체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지닌다. 따라서 유럽과 미국에서 생산을 줄이면서, 아시아에서는
생산을 늘리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GM의 아시아시장 점유율은 GM의
세계시장 점유율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GM의 21세기 전략 요충지는
아시아시장이다. 따라서 GM으로서는 대우차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대우차는 피아트와 동유럽 지역에서 경합되고, 아시아지역과 소형차
시장에서도 GM과 제휴관계인 일본의 스즈끼, 이스즈 등과 겹친다. 또 GM의
중소형차 모델은 현재 독일의 오펠에서 대부분 결정되지 않느냐? GM은 결국
대우차를 인수해 오펠의 모델을 가져와 조립하는 일종의 생산기지로 그 역할을
국한시키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피아트와 경합된다고 하지만, 대우차와 피아트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또 오펠과 대우차는 그 나름대로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소형차 중심의 일본차업체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긴 하나, 향후
아시아시장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또 대우차는 GM을 통해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GM이 대우차 인수에 실패했을 때에 대비한 아시아전략 복안(대안)도 갖고
있나?
=당연히 있다. 기업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단계에서
이를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대우차 헐값매각 논쟁이 일고 있다. GM이 생각하는 대우차 인수가격은 어느
정도인가?
=GM은 지금까지 대우차 인수가격에 대해 구체적인 내부 논의를 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계속 실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실사가 서류를
중심으로 한 것이어서, 현장 정밀실사는 제대로 못했다. 따라서 가격산정이
어렵다. 지금까지 언론 등에서 거론된 가격은 모두 무시해도 된다.
―채권단과의 인수가격 협상에서 이견은 없나?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GM)가 지금 63빌딩을 사려고 한다. 그런데 덩치는 엄청
큰데 막상 봤더니, 물이 새고 난방은 안 들어오고, 오랫동안 방치돼 청소도
해야겠고. 상태가 엉망이다. 우리는 63빌딩에 대한 인수가격을 원래 주인으로부터
사는 가격에다 63빌딩을 깨끗이 하는 복구, 청소비용까지 모두 다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채권단은 우리한테 넘기는 가격만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에서 괴리가
생긴다. 헐값매각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하는데, 대우차 인수가격에만 초점을
두지말고, 대우차 정상화를 위해 GM이 지불하는 돈까지 계산해달라. 만일
인수가격에 많은 돈을 들이면, 당연히 정상화하는데는 돈을 적게 들일 수 밖에
없다. 그 역도 성립한다.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대우차 인수가격은 어느 정도인가?
=잘 알겠지만, 대우차 인수가격은 GM이 결정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에서
결정한다. 미국기업은 주가에 민감하다. 따라서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이 “그
가격이면 GM이 대우차를 인수해도 손해보지 않는다”고 하는 선에서 인수가격이
결정될 것이다. 그 가격이 얼마가 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GM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대우차에 대해 고용보장, 부평공장을 포함한 국내
공장 일괄인수, 독자 연구기능 부여, 수출에 주력한다는 등 많은 약속을 한 바
있다. 그 약속이 지금도 유효한가?
=꼭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때와 지금 대우차의 상황이 많이 바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GM의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봐달라.
―현재 대우차 직원들은 GM 인수시 혹 있을지도 모를 고용불안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 또 대우차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많은 직원들이 대우차를 떠났다.
나중에 GM이 대우차를 정상화시키면, 어차피 더많은 인원이 필요할텐데 이때
이들을 우선고용하는 방안을 인수시 약속할 순 없나?
=그건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것이다. 우린 대우차를 허물어버리고
거기에 GM을 새로 새우는 게 아니다. 대우차는 여전히 한국땅에서 이전과 거의
비슷한 차를 만들 것이다. 거기에 GM의 선진기술이 접목되는 것이다. 생산이 늘어
사람이 필요하게 될 경우, 우리가 누구를 찾겠는가? 당연히 대우차를 가장 잘 아는
전직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게 될 것이다. 이는 상식이다. 삼성차도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많은 이들이 회사를 떠났다가, 르노 인수 이후 다시 재입사한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대우차도 비슷한 방식을 따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이를 문서화하거나 약속한다는 것은 어렵다.
혹 몇 가지 빠진 게 있을진 모르겠지만, 대략 이런 내용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GM 관계자는 GM의 최고경영층도 아니며,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러나 GM과 대우차 인수상황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 전개상황을 잘 알고
있고, GM 최고경영층의 심중도 잘 헤아리고 있어 이 대화내용이 GM 핵심부의
생각과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또 이날 대화가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식사를 하며 가볍게 나눴기 때문인지 몰라도 상당히 솔직한 속내를
보여줬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를 굳이 기사화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GM
내부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참고로 했을 뿐입니다.
2.대우차 인수절차는?
GM이 대우차 인수를 결정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오는 7월초 이전에는 `대우차
인수'를 결정짓기 어렵습니다.
GM은 매달 초에 월례이사회를 여는데, 이 자리에서 `대우차 인수의사'를 우선
표명해야 합니다. 채권단은 지난 3월초 GM 이사회에서 GM이 인수의사를 표명할
것을 잔뜩 기대했는데, 그날 이사회에서는 대우차와 관련한 언급이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오는 4월초 열리는 이사회를 다시 기다려야 됩니다.
GM에 대해 우리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합니다.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때에도 알 수 있듯 우리는 오너가 `결단'을 내리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나지만, GM과 같은 회사는 최고경영자(CEO)가 주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이런 사안을 제 맘대로 함부로 내뱉을 수 없습니다. 이런 중대사안은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미국 대부분의 상장기업들이 그러하듯, GM의
이사회는 100% 사외이사들로 구성돼 있습니다.(우리나라 기업들이 참여연대의
노력으로 인해 최근에야 이사진의 50%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게 돼있는 것과는
차이가 많습니다)
따라서 경영진은 대우차 인수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하면, 최종결정은 이 이사들이
내리게 되는 겁니다. 정기이사회는 한 달에 한 번 있어 만일 4월에도 이들이
결정을 못 내리면, 또 한 달이 흘러가게 됩니다. 만일 4월 이사회에서 `대우차
인수'를 결정하면, GM은 채권단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는
조건과 가격도 없고, 구속력도 없는, 말 그대로의 `의향서'에 불과합니다. 이후
정밀실사가 이뤄지는데, 약 3개월 가량 걸립니다.
그리고 정밀실사 보고결과를 토대로 이사회에서 최종적인 조건을 검토해 인수
결정을 내리고, GM 경영진이 이를 채권단에 통보합니다. 이것이 `최종
인수제안서'인데, 여기에는 가격과 인수조건 등이 명시됩니다. 그리고 이를
채권단이 최종승인하면, 그 지리했던 대우차 매각은 끝이 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사이 한 군데라도 삐긋하면 인수시기는 또 무한정 늘어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3.GM은 왜 대우차를 인수하려 하나?
GM은 대우차와 참으로 질긴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GM이 대우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우차가 생기기도 전인 72년(대우차는 78년 설립)이었습니다. 72년 6월
자금난에 빠진 신진자동차가 지분의 50%를 GM에 넘기면서 GM은 한국땅에
상륙합니다. 그리고 20년간 이땅에 있어왔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GM 유치에 적극 나섰는데, 박 대통령은 “GM 유치가
주한미군 수만명 주둔보다 더 큰 효과를 갖는다. 미국이 자국기업을 보호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78년 신진자동차가 도산위기에
직면하자, 신진자동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를 대우그룹에 넘깁니다.
부실기업 인수가 전문이었던 김우중 회장은 이를 기꺼이 받아 자동차산업에
진출합니다. 그리고 GM은 파트너가 바뀐 상태로 처음에는 `GM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83년 이후에는 `대우자동차'로 이름을 바꿔 92년까지 이 땅에 계속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GM은 김우중과의 강제결혼 이후, 서로 싸움만 하다가 결국 92년 김우중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대우차로부터 떠나갑니다. 지난해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해 GM의 잭 스미스 회장(당시 최고경영자, 현 CEO는 릭 왜고너)과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잭 스미스 회장은 대우차와의 결별 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우중 회장이 지분 50%를 가진 대주주인 GM과 협의도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등(이른바 세계경영을 말합니다) 도저히 대우와 김우중 회장을 믿을 수
없었다. 회계장부도 불투명했고. 92년 대우와 헤어질 당시 GM의 전체 부채가
80억달러였는데 대우차의 부채가 123억달러였다. 도저히 그 부채부담을 함께
떠안을 수 없어 헤어졌다” 스미스 회장은 또 당시 GM이 기술이전에 소홀했던
이유에 대해 “그때는 지분 50%와 경영권을 대우가 갖고 있었다. 당시의 대우차는
GM과는 별도의 회사였다”고 변명했습니다.
GM은 이렇게 대우차와 헤어진 뒤, 98년 다시 대우차 제휴협상에 나섭니다.
자금난에 처한 대우와 아시아 전략기지를 노리는 GM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죠. 당시 나온 이야기에 따르면, 대우차가 지분 50%에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70억달러를 제시했고, GM은 경영권을 GM이 갖는 선에서 50억달러 이하를
제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물론 GM이나 대우차 양쪽 다 이를 부인했습니다. 이
협상은 98년 여름 GM 미국공장의 대규모 노사분규로 중단됐고, 이후 자금난이 더욱
심각해진 대우차는 “경영권까지 다 넘기겠다”고 나섰지만,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그해 8월 대우차는 워크아웃으로 들어가 그간의 과정은 모두
도루묵이 되고 말았습니다.
김우중 회장은 물러나면서 “GM과의 제휴를 통한 외자유치로 자금난을 해소하려다
결국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고
말했습니다. 얘기가 조금 빗나갑니다만, 워크아웃 이후 채권단과 대우차의 행태를
보면, 김우중 회장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한 게 아닌가하는 불안이 가시지
않습니다. 98년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잭 스미스 회장을 만나
대우차 `투자부탁'을 했는데, 그로부터 3년뒤 두 사람은 다시 만났고, 이번에는
`인수부탁'을 했습니다.
자,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서 GM이 대우차를 왜 인수하려는지 알아봅시다.
GM이 대우차 인수를 하는 가장 첫번째 목적은 한국시장입니다. GM이 이를
정면부인하지도 않고, 부인하더라도 이는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한국은 아시아
2번째 자동차시장으로 연간 200만대의 신차가 판매되고 있는 곳입니다. 대우차는
이중 30%(정상화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둘째, 21세기 최대시장으로 떠오를 중국이 인근에 있으며, 동남아 시장의
전략기지로도 대우차는 상당한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셋째, 중앙아시아, 동구, 아프리카 등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에 걸친 판매
네트워크망 또한 활용하기에 따라 GM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넷째, 대우차 노동자들의 기술수준이 비록 미국, 유럽에 비교할 순 없지만 현재
GM이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중국, 태국 등이 아무리 쫓아와도 10년안에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수준에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다섯째, GM으로서는 이것이 내수시장 다음으로 중요한 사항일 수도 있는데 대우차
인수를 통해 광범위한 협력업체를 고스란히 승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국은 철강, 플라스틱 분야에서는 가격대비 품질면에서는 거의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또 비용절감에 주력하고 있는 GM으로서는 한국의 부품업체로부터 질좋고 값싼
부품을 미국이나 유럽의 GM 공장에 들여올 경우,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GM이나 포드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GM이
정말 노리는 것은 실상 대우차보다 협력업체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협력업체들이 장밋빛 환상을 가지긴 힘들다고 봅니다. 어차피 경쟁력 떨어지는
업체들은 철저하게 제외될 것이니까요.
GM은 1908년 이래로 자신의 약점을 흡수·합병으로 보완해온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GM이란 이름 자체가 `General Motors'라는데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4.GM은 왜 대우차 인수에 선뜻 못 나서나?
GM이 대우차 인수에 상당한 뜻을 갖고 있으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대우차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즉 대우차 회생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대우차 해외부문이 자꾸만 붕괴되고, 내수부문에서도
날이 갈수록 브랜드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GM 인수 이후에도 새로운 히트차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정상화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여기에 정리해고를 거쳐
악화될대로 악화된 노사관계가 또 어떤 복병으로 등장할 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논의되고 있는 부평공장 폐쇄 여부 등 모든게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GM 내부적으로도 판매부진, 거듭되는 주가하락에 올해초 회사채 등급이 A+에서
A-로 떨어지는 등의 과정을 통해 현금보유액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습니다.(지난해
11월 기준 170억달러) 대우차에 쓸 돈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몇 년 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대우차를 인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제가 경영진의 머리속에 들어가보진
않아 정확치는 않습니다만), 이사진을 설득해야 합니다. 이사진은 몇 년뒤의 장래
비전보다 당장 주총시의 주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GM의
주가추이를 보면, 지난해초 대우차 인수에 나서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가, 포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여름 이후부터는 다시 오르다가, 포드의 인수포기와 GM의
재도전이 거론되던 가을부터 다시 떨어집니다. 이런 복잡한 문제가 얽혀 GM은
대우차 인수를 여지껏 미적미적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GM은 결국 대우차의 이득은 뽑아먹고, 리스크는 피할 방법이 없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5.GM이 추가요구를 할 것인가?
그래서 불안합니다. 대우차 논의가 진행될 때, 처음에는 `해외매각의 폐해'가
거론됐습니다. 그 다음에는 해외매각은 당연시되고, 이번에는 `헐값매각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사태가 그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번에는
`정상화 자금 요구'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오늘(20일) 제프리 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 의장이 “대우차를 거저라도 넘기는 게
낫다”고 한 것도 이런 것과 맥락이 닿아있지 않나 혼자 추측해 봅니다. 우리들은
어느새 많이 세뇌돼 “한국경제의 우환덩어리인 대우차는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요즘은 “헐값에라도 넘겨야 한다”는 쪽으로 많이 기우는 것
같습니다. 이는 일정부분 당연한 판단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헐값매각 정도가
아니라, 웃돈까지 얹어줘 가면서 대우차를 넘기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최근 아더앤더슨 최종보고서가 `부평공장 폐쇄'를 이야기해 논란이 된 적
있습니다. 대우차는 물론 “아더앤더슨 보고서는 용역보고서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렸다”면서 “인력조정 계획은 아더앤더슨 보고서 내용을 따랐지만,
부평공장 폐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부평공장 폐쇄론과 관련한
내용은 곧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아더앤더슨은 어쩌면 채권단의 의중을 잘 파악해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더이상 돈을 내놓긴 싫고, 내놓을 돈도 없다. 그런데 대우차를 정상화하려면
해외매각이든, 독자생존이든 돈이 들어간다. 하반기에는 알아서 생존하라고
했지만, 솔직히 장담하기 힘들다. 어디서 돈을 구할 것인가? 부평공장 생산성이
떨어진다. 택지로 용도변경해 아파트를 지으면 땅만 팔아도 2조9천억원을 얻을 수
있다. 그래, 이 돈으로 대우차 정상화 자금을 쓰면 되겠구나?'
지나친 추리일까요? 그런데 GM이 이 돈을 요구하면 우린 어떻게 해야할까요?
6.GM 매각시 득실
해외매각이든, 독자생존이든 어차피 득실이 있게 마련입니다. GM매각시 득실을
따져봅시다.
1)득
무엇보다 채권단 입장에선 앓던 이를 빼버립니다. 이제 대우차 정상화는 GM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투자자금도 GM이 대야 합니다.
GM이 대우차를 GM의 중소형차부문 아시아 전략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