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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248
글쓴날 : 2001-05-07 15:12:45 분류 : 기타
글쓴이 :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조회 : 1466
제목: 대우자동차 노동자 투쟁은 계속 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미래를 4월호 65호] 
- 대우자동차 노동자 투쟁은 계속 되어야 한다 - 

이종탁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연구원 


1. 대우자동차 투쟁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논란 

4월 6일 인천시민대책위 공청회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김기원 교수와 송영길 민주당 의원의 발제내용과 발언을 보고 참석자들 중 일부가
격렬하게 항의하였다. 고성과 몸싸움이 일어나기 일보 직전까지 상황이 벌어지면서
토론회는 결국 무산되었다. 이 상황을 접하면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온다.
하나는 '잘했다.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이며, 또 하나는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는 토론문화 풍토가 부족하다며 '운동사회의 파시즘'까지 운운하면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반응이다. 
건전한 토론문화가 필요하다는 말에 이의를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작금의 대우자동차 투쟁을 둘러싸고 현재 투쟁 방향과 전술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서 과연 '건전한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끝나지 않은 투쟁, 투쟁 당사자들이 아직도 자신의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쟁의 대오 안에서가 아니라 투쟁의 바깥에서 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아니면
매체를 통해 터져나오는 문제제기는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어떤 의도'가
일관되게 작동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조직적이던 아니면 우연의 일치이든 현재 투쟁 방향과 전술에 대해 문제제기가
되는 것은 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상황 조건으로 볼 때 바람직스럽다고
할 수 없지만, 이미 표현되기 시작한 문제제기를 억누르고 없었던 것으로 돌리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글을 계기로 현장 안에서도 솔직한 비판과
건설적인 대안제시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바램에 부응해주면서,
동시에 다시 투쟁의 대오를 추스리고 투쟁의 집중을 향해 나아가야 할
필요성에서라도, 더 나아가 산업 구조조정의 한 가운데서 진행되는 노동운동을 한
단계 더 상승시키기 위해서라도 논쟁은 필요하다. 
이 글은 대우자동차 투쟁방향과 전술 그 자체를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총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노동운동의 투쟁 방향과
전술에 대한 폭넓은 고민을 담으려 했다. 그 속에서 대우자동차 투쟁 방향과
전술을 점검하고 이후 전망을 함께 고민하려 한다. 
이 글은 노동운동이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 대안을 표현하는 주체의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즉, 노동운동이 현재의 계급역학,
정치역학 속에서 여당과 야당, 혹은 정권과 자본 내부의 갈등 사이에서 어느
한편을 들 것인가가 아니라 노동자의 독립적인 영역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동안 노동운동이 정리해고라는 자본의 공세와 해외매각이라는
국내외 총자본의 공세에 대항함에 있어 해당 기업(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나 공장처리 문제로만 한정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해당 조합원들이 자신의 고용을 보장받으려는 의도나 투쟁은 결코
폄하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소중한 노동자 대중의 투쟁이며 전체 투쟁전선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동력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여기에 멈추어서는 노동운동은 개별
기업의 고용 문제에 대한 대응 수준으로 분산되고 분리될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세계화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투쟁을 조직함과 동시에
투쟁을 통한 전망 제시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김대중 정권 퇴진'이
공식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이상, 김대중 정부에 대한 반대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길을 제시하는 일을
비껴갈 수 없다. 이제 논쟁은 노동자의 새로운 대안을 수립한다는 보다 긍정적인
목표, 기업 내 조합원의 고용문제를 넘어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대한 사회적 운동을 형성하는 방안과 방법, 내용을 놓고 이루어져야 한다. 


2. 대우자동차 부도, 제대로 보자 

대우차는 왜 부도가 났는가? 왜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내놓느냐고 의아해 할 지
모르지만 사실 대우자동차 문제를 푸는 방법은 그 원인을 제대로 알고서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 드러난 문제만을 해결하려고 시도할 경우 부질없는 처방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양이 문제라면 종양을 드러내는 처방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의 부도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진단은 대충 모아지는 것 같다. 무분별한 해외확장과 부도덕한 분식회계, 그리고
기술발전을 도외시한 외형확장 … 그러자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연출한 희대의
사기 경영꾼 김우중의 부도덕성이 집중 부각되었다. 여기에 가끔 노동조합의 '자기
몫 챙기기'도 덧붙여진다. 
그런데 기실 이러한 진단들은 당면한 대우자동차 부도의 근본적 원인을 '재벌'에
맞추는 것이다. 그러므로 표피적으로 드러난 현상을 나열한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는 사실이지만 그것의 주체로서 '재벌'만을 부각시킴으로서 결국 시장논리에
근거한 채권단과 초국적 자본의 대우 접근법을 용인하는 우(遇)를 범한다. 즉
대마불사(大馬不死)가 아니라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퇴출 등 강력한
시장원리가 작동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논법'이 스며들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잠시 기억을 과거로 돌려보자. 김우중의 해외경영이 각광을 받던 시대가 있었다.
이 때는 대우의 문제가 없었는가? 당연히 대우자동차의 경영 문제, 재벌의
무분별한 확장은 그 때에도 물론 있었다. 그런데도 90년대 초반부터 김우중식
경영은 각광을 받았다. 왜 그런가? 그것은 바로 국내외 금융자본과 투기적
자본들의 '높은 이윤'을 실현해주었기 때문이다. 경제 펀더멘탈에 상관없이 해외에
공장을 인수하고 확장하는 그 행태 속에서 주가 높이기와 단기 이익 실현이 있었기
때문에 김우중식 해외경영은 각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97년 경제위기가 나타나자 국내 은행과 금융권들은 김우중의 확장에
뒷돈을 대줄 수 없게 되었고, 아시아발 경제위기에 잔뜩 긴장한 해외 금융 및
투기자본들은 아시아에 대한 투자에 신중을 기하게 되었다. 바로 이 때문에 막대한
뻥튀기로 자금을 동원하며 해외확장 경영에 나섰던 김우중식 대우경영은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해외법인들이 지금에서야 문제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미 그런 문제를 안고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사무노위에서
충분히 폭로하였다. 그러므로 대우자동차의 부도에 있어 일차적인 원인은 초국적
금융자본과 투기자본의 투자 회수 및 신규 지원 중단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우자동차는 2000년에서야 부실화된 기업이 아니라 해외경영 그 시기부터 이미
부실을 안고 있었던 기업이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른바 '카지노 자본주의', '주주 자본주의'로 일컬어지는 현재의
자본운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 금융자본은 제조업의 생산성에 의해
작동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높은 이윤을 실현시키는 생산 이외의 요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단기 이윤을 실현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실에서 자본의 작동은 노골적으로 '수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란 이러한 자본의 작동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에 다름
아니다. 
박정희 개발 독재부터 한국경제는 재벌과 관치금융을 쌍두마차로 하여 성장하였다.
재벌은 문어발식 확장을 하면서 사업부문을 확장했고 정부는 금융기관을 동원하여
이들을 지원하고 도왔다. 물론 중간중간 구조조정을 실시하였다. 하지만 이 시기
구조조정은 철저하게 재벌에 의한 재벌의 인수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지금은 180°달라진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IMF에 의해 강요된
고금리 정책과 초국적자본의 이윤 실현을 위한 해외매각 정책 및 외환자유화에
기초하여 움직이고 있다. 대우자동차 처리 해법은 이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김우중식 해외경영을 통해서 금융자본의 이윤을 실현시키기보다 초국적 자본의
하위 생산기지로 위치짓는 것이 더 많은 이윤을 금융자본과 투기자본에게
안겨준다는 판단을 하자마자 김대중 정부를 압박하여 해외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보았듯 자본과 정권, 그리고 채권단이 입만 열면 떠들어대는 시장의
원리는 철저하게 금융자본과 초국적 자본의 이윤실현을 위한 논리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부실화된 기업, 현실적으로 부도의 위기에 있거나 부도를 맞은 기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노동운동은 신자유주의적 접근이 아닌 노동자적인
접근을 고민해야 한다. 


3. 해외매각 신앙과 해외매각 반대 신앙의 격돌을 더 진전시켜야 한다 

산업구조의 재편에 대해 노동자의 입장이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해
노동운동진영은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구조조정 반대, 정리해고
반대, 고용과 생존권 보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대우자동차
부도 처리를 둘러싸고서 '해외매각 반대, 공기업화'라는 요구로 접근되었다. 
해외매각 반대는 명확히 노동자 계급만의 요구라고 보기 힘들다. 김기원 교수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대우를 포드로 넘기려고 할 당시 현대자동차에서는 이를
반대했고, 자동차 완성업체 노동조합의 연대투쟁을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노동운동의 일부에서는 '해외매각 반대 요구는 부르주아적 요구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돈문 교수가 지적하다시피 실제 김대중 정부안에서도
독자생존과 산업은행의 출자전환을 주장하는 흐름이 꽤 오랫동안 제출되었었고,
교수와 학회들 속에서는 해외매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더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해외매각을 반대했던 흐름의 한 축에는 분명히 개발독재
시대의 향수에 젖은 세력들도 있었다는 점이다(질서경제학회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므로 노동운동은 해외매각 반대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지금 노조에서는
'정상화'에 일단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는 대우자동차 수준의 현실 접근으로
이해하고 전체 운동 차원에서는 보다 명확한 노동자 계급의 요구를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해외매각 반대와 더불어 주장되었던
공기업화에 대한 보다 치밀한 그리고 진전된 논의를 형성해야 한다. 
필자는 재벌에 대한 통제, 기업에 대한 통제 장치의 확보로 가는 문제는 크게 보면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자유민주주의 경제론의 틀 속에 갇힐 위험이 있다고
본다. 물론 노동조합 수준에서 이러한 통제장치를 갖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일이지만 그것은 현재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자의 대안적 접근으로 상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미 80년대 후반 이후 노동조합운동은 경영참가, 인사
및 징계에 대한 노동조합의 참여를 이야기해왔고 재벌의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경영
행태들을 비판하면서 '재벌해체'를 주장해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골적으로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것을 철회하긴 했지만 분명한 것은
재벌의 해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동운동은 김대중 정부의 재벌 해체 방향 속에서 기업의 통제권을 주장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의 내용을 분명히
한다면 그 지점은 개별 기업에 대한 노동자 통제를 넘어서서 전체 산업 구조와
재편에 대한 노동자의 개입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것은 자본 및 기간산업의
사회화라는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김대중 정부는 해외매각 신앙을, 노동운동을 해외매각 반대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김기원 교수는
마치 해외매각과 해외매각 반대 사이의 어떤 절충점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노동운동에 대해 해외매각 반대 신앙도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만 산업 재편의 방식과
그 결과를 놓고 계급 대립을 벌이는 지점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노동운동은 잠시 논의되었던 '사회화'의 화두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량주의가 아닌 개량을 획득하기 위한 현실 조건에서 답변이 제출되어야 한다.
이는 이른바 종업원 지주제나 소액 주주운동, 그리고 사외이사제, 나아가 노동자
기업인수 등과 같은 재벌 체제에 대한 견제장치를 만들어서 노동자의 기업통제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참여연대식, 민주노동당 내 경제민주화 특위식의
접근에 대한 판단과 태도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즉 현시기 자본의 구조조정
속에서 노동자들이 무엇을 중심으로 대응할 것인가라는 부분이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전제 속에서 필자는 공기업의 민영화 반대는 보다 분명하게 공기업 유지 및
공공성 확대라는 주장으로 구체화되어야 하고,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민영화와
해외매각 반대는 '공기업화'의 요구로 제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에서는 당장 정상화를 요구하면서 그 후에 해외매각이 아닌
처리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노동운동은 대우자동차의 처리를
놓고 보다 분명한 입장과 태도를 가지고 대우자동차 투쟁을 위치지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4. 기업의 운명에 노동자의 운명을 종속시키는 운동은 떨쳐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광야의 한 외침을 듣는다. '그렇게 원칙적인 이야기로는 안
된다', '금융자본과 초국적 자본에 맞서서 자동차 산업의 전망을 모색하는 일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불가능하다', '민중권력이 수립된다면 모를까 …' 이런
식의 외침이다. 
이 외침은 우리의 가슴을 섬뜩하게 한다. 실제 우리는 지금 민중권력을 수립하자는
주장을 하거나 수립의 전망을 보이는 시점에 서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외침을 듣는 순간 '아!' 하는 막연함에 빠져들기도 한다. 
노동운동은 객관적인 제약요소를 인정하고 운동의 현실적 목표를 수립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뱀같은 지혜란 야금야금 달려가 적의 몸통을 한꺼번에 집어삼키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기획과 전술을 고민하기보다 기업의 운명에
노동자의 운명을 완전히 종속시키면서 기업을 살려서 노동자가 사는 방식을 전술로
채택하는 견해가 다시 제시되고 있다. 97년 기아자동차 처리를 놓고 '기아차
살리기'운동으로 터져나왔던 그 흐름이 이제 다시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면서
현재의 흐름을 뒤바꾸기 위한 반격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하나의 현실을 분명히 천착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이 해 온 과정으로 보면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고용의 주체인 기업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우리
노동운동은 기업이 존재하지 않으면 노동자의 삶과 생존, 고용 문제를 처리할 어떤
방책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고용이 보장되기 위해서라도 기업은 유지되어야 하며,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가 유지 향상되기 위해서라도 기업은 잘 나가야 한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생산성 향상에 합의하고 노사화합선언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해외매각이라도 하자는 주장은 사실 어떤 식으로든 대우자동차를 살려야 하는 거
아니냐는 고민의 산물이다. 이는 독자생존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는 고민 속에서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자기 판단을 내린 입장이다. 즉, 독자생존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해외매각이라도 해도 공장이 가동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인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는 바대로 대우자동차는 독자적인 기술개발 및 기술체계에
있어 상대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풀 라인업 체제와 세계 판매망 및
조립공장 등은 분명 장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우자동차의 장점을 어떻게 살리고
약점은 어떻게 최소화 할 것인가라는 아주 기술적인 문제로 접근하면 사실
해외매각은 대우자동차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하나로 주장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자본의 논리이며, 기업의 운영을 전제하고서야 노동자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태도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노동조합의 대응이라는 것은 항상 한계가
있고, 정부의 의지를 바꾸지 못할 것으로 전제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민중권력이
되어야 가능한 일 … 운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와 반응은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시장의 작동이 아니라 자본의 의지와 정부의 정책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투쟁 수위와 투쟁력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기원 교수가 예로 들었듯이 의사파업은 정부의 정책을 수정하도록 만들었는데,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러한 태도는
투쟁을 확산하고 조직하면서 투쟁의 판을 키워내는 것을 애초부터 부정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즉 이미 안 된다는 전제를 깔고 접근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투쟁은,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한계를 가지고 있고 정부의 정책을 바꾸기에는
미약한 투쟁으로 폄하되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운명에 노동자의 운명을 내맡기는 논리들은 자본이 노동자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이유는 사실 기업을 어떤 형태로든 유지하려 할 때 던져진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자본은 그러한 기술과 생산방식의 변화가 초래하는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와 '이윤율 저하'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거의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기업의 퇴출과 청산이라는 방식을 채택한다. 그렇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지점이라도 있으면 매각이나 워크아웃 등의 방식을 써서 또 다른
자본에 의한 이윤창출이 가능하도록 한다. 그리고 후자와 같은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처리 과정에서만 반드시 인원 조정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의 구조조정을
동반한다. 이를 눈감은 채 기술적 조건과 시장의 경쟁력을 이야기하는 순간
노동자들은 기업을 살리기 위해 노동자들은 죽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자본이 퇴출시키기로 한 기업이라면 노동자의 어떤 양보도 소용없다. 차라리 안
된다는 조합원들에게 돈 몇 푼을 더 주고서라도 기업을 정리한다. 노동자의 양보는
기업의 유지하려고 할 때 금융자본이 요구하는 것이지 기업을 없애기로 한
상태에서는 어떤 양보도 원하지 않는다. 
그럼 자본은 대우자동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이미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만 해외매각이라는 형식으로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김우중이라는 경영 주체는 죽였지만 대우자동차라는 기업의 존재가치를 알고 있는
정부는 신자유주의 관점에 충실하게 이를 초국적 자본에 넘겨서 자본과 은행의
이윤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이미 발생한 정리해고를 인정하고 남아 있는 조합원들을 책임지는 쪽으로 나가는
견해들은 바로 이러한 자본의 논리를 수용하면서 출발한다. 그런데 이미 살리기로
한 자본이 결정하고 있는 마당에 왜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라는 큰 양보를 해야
하는가? '계급역학에서 밀리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지만 노동자들이 밀려
있다고 해서 정리해고를 수용해야 할 만큼 밀려 있는가라는 점은 아주 냉정하게
진단해야 한다. 
필자는 98년 이후 몇 년에 걸친 투쟁을 해오고, 노동자 및 국민대중들이 정리해고
위주의 구조조정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스스로 체득'한 결과가 있다고 본다. 즉,
실업자를 양산하고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구조조정의 결과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있으며, 결국 사회가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면서 소수를 살찌우고 있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정리해고라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문제는
노동운동이 이를 대중투쟁으로 정확히 표현해내지 못하고 있는데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정리해고를 수용하거나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양보를 통해
그나마 나머지 조합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다른 것은 양보할 수 있지만 정리해고만은 절대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천명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더욱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자본과 정부가 정리해고를 철회할
어떤 의사도 없고, 다른 양보를 요구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이 먼저 나서서 노동자의 양보 내용과 지점을 제출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정리해고가 아닌 부분에서 노동자들이 충분히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언론에 흘리는 플레이 따위는 아주 기술적인 문제이지만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의 어떤 양보를 내놓는 문제는 대중투쟁의 전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5.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대우자동차 투쟁에서 '해외매각 반대 투쟁'을 접고 정리해고자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이미 일정한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또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는 정세'로 볼 때 올바르지 못하다.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은 투쟁의 길을 가면서 두 가지 속에서 전술적 판단을 해야
한다. 즉, 해외매각이 무산될 경우, 그렇지 않고 해외매각이 강행될 경우 …
그런데 올바른 전술 운용은 해외매각 반대투쟁을 통해 정부를 압박하면서
노동조합의 최소 요구라도 수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아자동차와 대우자동차의 차이가 있다. 기아자동차는 포드로의
매각이냐 현대로의 매각이냐를 놓고 자본간의 힘겨루기가 있었다. 때문에 매각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런 조건에서 매각 반대는 입장일 수 있어도 대중투쟁을 통해
꺾을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노동조합 집행부는 고용
승계 및 조합 승계, 단협 승계를 주요한 요구로 하면서 상층의 투쟁을 배치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우자동차 어떤가. 다르다. 싼 값에 넘기지 않는 한
대우자동차는 GM으로서도 받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매각 반대는
정부와 자본에 대한 엄청난 압박이며 정부는 이에 대한 자기 답을 내놓아야 할
처지이다. 지금 노동자들보다 더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정부이다. 
그런데 왜 노동자들이 투쟁의 끈을 놓아야 하는가? 매각이 안 될까봐? 매각이
안되면 대우자동차가 망할까봐? 아니면 우리나라 정부의 힘만으로는 대우자동차를
정상화할 수 없을까봐? 이들은 또 다시 문제를 꼬고 있다. 매각이 안 된다는 것은
정부가 이제 대우자동차 처리에서 수세적 국면에 밀린다는 이야기가 된다. 수세적
국면에 밀린 정부는 두 가지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밀린 김에 완전히 끝장을 봐서
대우자동차를 청산하여 국내 은행과 채권단의 부담이라도 덜어주는 길, 아니면
독자생존을 모색하면서 노동조합의 양보를 일정 받아내면서 이후를 도모하는 것.
전자의 길로 간다면 김대중 정부는 재집권을 모색하기 상당히 힘들 것이다. (물론
개헌을 시도할 수 있으나 한나라당의 동의가 없는 한 2/3 확보는 힘들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이제 가까스로 과반수를 넘은 상태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김대중이
어떤 특별한 사명감에 불타지 않은 한 매각 이후 청산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부평공장을 폐쇄하는 조건을 내걸고 정상화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이다. 
이처럼 매각을 반대하는 노동자의 투쟁은 멈추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것은 정리해고자들의 먹고사는 문제다. 그러나 이것을 핑계로
투쟁을 접기보다 전체 노동운동이 앞장서서 투쟁하고 있는 정리해고자들에 대한
생계 지원을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파업기금을 만들고 정리해고자 돕기
전국민운동을 만들어내는 게 더 필요한 일이다. 
매각이 안될 경우 하한선 요구인 정리해고자 복직 문제는 노동조합의 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 노동자들이 함께 살기 위한 다양한 방책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모든 정리해고자들이 복직될 수 있는가? 복직되는 것이 노동자의 관점에서
볼 때 더 좋은가? 이를 따져보자. 우선, 노동운동은 정리해고라는 제도적 법적
장치를 통해서 인원정리가 이루어지는 방식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다.
희망퇴직이라는 것 역시 정리해고의 한 수순이며 수단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객관적인 사정에 의한 인원의 축소는 인정해야 한다. 이것은
노동법이 개악되기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정리해고라는 방식이 아닌 인원 정리의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노동자들이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 과거 80년대 및 90년대 중반까지는 기업의 상황에 따라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었다. 굳이 눈
높이를 낮추지 않아도 이전에 일했던 직장과 비슷하거나 간혹 그보다 더 나은
직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이미 정부와 언론들은 '눈높이를 낮춰서
취직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자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계산된 '필요 인원'이 아니라 적정 노동강도에 기초하고, 야간근무 폐지 및 연속
2교대제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들을 가지고 최대한 함께 일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노동조합으로서는 순환휴직
등과 같은 방식까지 고려하게 될 것이다. 물론 더 밀린다면 직업 재훈련을 하는
경우까지 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이 부분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혹자들이 희망센터를 중심으로
재취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지만 이는 현재 노동시장
현실을 외면하거나 무지한 상태에서나 할 수 있는 주장이다. 노동운동은 직장을
그만 둔 노동자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직장을 얻거나 최소한 비슷한 직장을 얻을
수 있다면 누구도 현재의 직장에서 나오는 일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은 비정규직의 양산이다.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은 희망센터를 통해
취업하더라도 비정규직 이외의 길은 열려있지 않다. 그러므로 노동운동은 이를
통한 문제해결을 답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노동운동의 책임방기이다. 


6. 지금 국면은 노동자에게 유리하다 

지금 국민 여론은 오히려 노동자에게 유리하다. 책상머리에서 정부나 자본이
떠들어대는 정세와 여론만 읽지 말고 현장에서 인천에서 국민을 만나보라!
화염병이 난무한다고 신문이 연일 우려를 표하고 정부가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있지만,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화염병 시위를 우려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드높지만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이 보이는 반응을 확인해보라.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국민 다수가 이해를 보이고 있으며 화염병이 등장한 현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 만약 이에 대한 판단이 다르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서로 현실을 다르게 본다고 특정 견해만이 옳다고 주장해서는
안될 일이다. 
급하고 답답한 것은 김대중 정부다. 법원이 노조 출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로막다가 노동자를 강경진압할 정도로 앞 뒤 분간을 못하고 있는
것이 김대중 정부이다. 비록 막바로 뒷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돌이킬 수 있는
실수를 저지르고 난 뒤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접거나 국면 전환을 시도할
어떤 이유도 없다. 
지금 일부에서 보이는 투쟁 수위 조절이나 정리해고자를 핑계 댄 정부와의 협의
주장은 한마디로 87년 국민대항쟁에서 보여주었던 국민운동본부 상층과 일부
운동권 세력의 '비폭력 시위 주장'의 반복이다. 국민들의 분노와 노동자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에까지 이르렀는지 모른 채 87년 당시 국민운동본부는 보수야당의
입김에 흔들리면서 비대중적인 비폭력을 주장했다. 그러나 상황은 어떠했는가?
거리의 시위는 대중들의 박수를 받았으며 전경에 쫓기는 시위대는 시민들의 보호를
받았다. 물론 지금이 87년과 같은 대투쟁의 시기라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대중들의 여론이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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