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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66
글쓴날 : 2001-02-27 13:54:02 분류 : 국내 성명서
글쓴이 : 한노정연 조회 : 1878
제목: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역사적 파업을 지지하며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역사적 파업을 지지하며 

1. 공장의 문을 넘어선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 자체로 이미 역사적
투쟁이자, 승리한 투쟁이다 
1999년 8월 26일 워크아웃을 시발로 부도, 법정관리로 가면서 노동자들에게
퍼부었던 공격을 뚫고 대우자동차 노동조합과 노동자가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 어려움이 완전히 극복된 것은
아니지만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를 필두로 한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최종부도 처리하겠다"는 협박 앞에서도 결코 노동자의 생존권을
팔지 않았던 2000년 11월 8일(대우자동차 최종부도 처리), 그 순간 이미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은 최초의 승리를 조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워크아웃 상황에서도 두려움과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정리해고 반대"를
슬로건으로 내건 민주파 후보를 위원장으로 당선시키고, 이렇게 투쟁의 선봉으로
나서기까지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뼈아픈 것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최종부도 처리 이후, 정부-자본-언론의 전방위적 포위 속에 ― 11월
부도 직후 모든 책임은 합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노동조합에 있는 것처럼 집중적인
비난을 퍼부으면서, 집단적 이기주의, 공적자금 갉아먹는 밑빠진 독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 고립된 채로 그들은 2000년 11월 27일, 회사와
'공장정상화를 위한 노사협의서'에 합의하고 말았다. 협의서가 곧 인력감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언론은 그렇게 몰아갔고, 정부도 자금투입을 결정하는가
하면, 밀렸던 임금도 지급하는 시늉을 냈다. 그러나 그뿐, 밀린 월급 1개월치의
지급 이외 회사가 한 것은 인력감축을 핵심으로 한 자구계획안을 수차례에 걸쳐
노조 몰래 공개하고, 밀어 부치는 것뿐이었다. 그러면서도 98년 정부가 정리해고를
노사정 합의로 이끌어냈다고 포장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를 사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노사합의의 외형을 갖추기 위해 대우자동차 '경영혁신위원회'를
끊임없이 활용하면서 노조를 압박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서서히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파업을 조직하였다. 전면 파업 3일째, 속전속결 주의에
자신감을 갖고 있던 정부의 공권력 침탈은 투쟁의 불씨를 꺼뜨리기는커녕,
도화선이 되어 전국적 투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회사의 끊임없는 분열, 방해공작을
넘어 이제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은 역사적 투쟁의 장도에 우뚝 솟았다. 

2.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예견된 실패, 그 실패의 희생양이 될 것을 단호히
거부한 대우자동차 노동자의 투쟁 
김대중은 "우리 경제가 다시 어렵게 된 것은 미국 경제 침체, 유가 상승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우리의 구조조정 속도와 강도가 미흡한 데 원인이 있다"면서 "모든
국민이 인내와 협력을 통해 4대 개혁을 차분히 마무리함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포로가 된 언론 역시, 대우노동자들의 강고한
투쟁으로 한 풀 꺾이기는 했지만, 원만한 해결을 희망하는 듯한 논조 속에 여전히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IMF 관리체제 3년 동안 IMF의 모범생이라는 칭찬을 들어가며 금융,
기업부문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한 결과가 지금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2001년 1월 실업자는 982,000명으로 실업률은 전달의
4.1%에서 4.6%로 높아졌다. 실업자와 실업률은 지난해 10월 76만명, 3.4%를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52개 부실기업을 정리하기로 한
제2차 기업구조조정으로 십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발생할 전망이고, 대우자동차의
정리해고가 이대로 추진될 경우와, 쏟아지는 대졸 취업생들의 취업난을 합하면
한국경제의 실업은 IMF 당시의 수준으로 복귀한다. 정부는 제2의 경제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이미 제2의 위기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원인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 그 자체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쟁에 나선
순간, 대우노동자의 투쟁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의 한판 투쟁, 그 정책의 추진
주체인 정부-자본과의 한판 투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초국적 자본은 생산가동이 전면 중단되고, 기업가치가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만이 살길임을 주장하는 데에서 나아가, 이제는 "대우자동차를
1달러에라도 매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 초래된 제2경제 위기 역시 노동자·민중의 희생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자본의 의도는 "한국경제가 순환적 하강국면에 접어든 만큼 김대중 정부가 최근 몇
달 동안 거의 중단상태에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강도 높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이비드 코 IMF 서울사무소장의 발언에서도 명확히
확인되고 있다. 
대통령 재임중 재정경제부 장관이 4차례, 금융감독위원장이 3차례 바뀌었다.
이것은 부르주아 언론이 얘기하듯 경제정책의 혼선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라는 틀 속에서 온갖 방법과 이론을 다 끌어들이고 있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과정에 다름 아닌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2월내에 금융·기업구조조정의 큰 골격을 마무리하고, 내외 독점자본에 구조조정의
의지를 각인시켜야 할 위기에 처해 있던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제 그 바닥이 드러났다. 공권력 침탈.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투쟁의 시작에
불과하다. 

3. 이제 투쟁은 대우자동차 노동자만의 몫이 아니다 
파업 돌입 초입에 공권력을 투입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정권이 그만큼 위기에
몰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힘'을 통한 추진에 자신감이
있었던 측면도 있다. 그 자신감은 민주노총이 이렇다할 투쟁을 조직하지 못한 채,
밀릴대로 밀린 무기력한 2000년 투쟁에 원인이 있다. 그러나 이제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조진영은 지금의 투쟁을 명확히 김대중 퇴진투쟁으로 규정하고
정치적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대우자동차 노동자가 두려움과 분노가
혼재된 상태에서 완전한 투쟁의 주체로 떨쳐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민주노총
등 상급조직의 임무가 막중하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세계경영'은 이미 대우의 슬로건에서 정부의 슬로건이 된 지
오래다. 그리고 그 현상은 삼성은 르노에, 현대전주공장은 다임러크라이슬러에,
대우는 GM에 매각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대우), 노동강도
강화·전환배치(현대-기아)로 몰아내는 과정을 동반하고 있다. 현상은 틀리지만,
이 모든 것이 노동유연화, 자본 우위의 협조적 노사관계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불변이다. 
여기에, 한국전력발전부문 자회사 분할과 민영화, 2002년 완전 민영화를 목표로 한
한국통신 민영화와 사업구조조정, 국민-주택 우량은행간 강제합병 이후 계획되고
있는 금융구조조정, 철도-고속철도 통폐합을 추진하는 구조조정 등 공기업
구조조정이 또 다른 투쟁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흩어진 투쟁을 모아내고,
신자유주의 반대, 김대중 퇴진의 단일한 정치투쟁전선으로 묶어내는 일에 너와
나가 따로 일 수 없다. 그 길만이 대우노동자들을 주체로 분명히 세우는 길이다. 

우리가 염두에 둘 것이 있다. 전략사업장, 대공장으로서 대우자동차가 차지하는
무게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우자동차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1,750명 정리해고 통보는 사상 최대이겠지만,
한통계약직 노동자는 이미 7,000여명이 계약해지된 바 있다. 그리고 한통계약직
노동조합은 그것을 거부하고 몇 달째 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구조조정,
정리해고, 해당 사업장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에 연대투쟁, 공동투쟁이 누누히
강조되고 있다. 아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대우자동차 투쟁으로 덮여버릴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제 어렵게 어렵게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두에서 먼저 만나기 시작하고 있다. 공장에서 단일한 투쟁 대오를
형성할 그날을 기대하며... 

시위진압에서 보여진 정권의 야만성과 폭력성은 극에 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는 이제 김대중 정권 퇴진과 정리해고·구조조정 반대 투쟁으로
전국화되고 있다. 연초마다 '원만한 노사관계의 원년'을 부르짖으며, 노동자를
길들이려는 정부-자본의 희망과는 거꾸로, 한국 노동운동은 매년 놀라운 투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1년은 96∼97년 총파업의 한계를 넘어, 노동자계급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만드는 한 해로 만들자. 그 한 길에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도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선언한다. 

2001년 2월 26일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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