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 19일, 한국 노동운동에 또다른 역사가 시작되었다. ‘국민의 정부’로
자임하던 김대중 정권이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하면서, 이제
대우자동차 투쟁은 전체 노동운동진영과 정권과의 싸움으로 급속히 전화하고 있다.
지금 인천지역은 군부파쇼 시절로 되돌아가지 않았나 착각할 정도로 경비가
삼엄하다. 부평역에서 대우자동차까지 가는 길목에는 죄진 것 없는데도 지나가는
것 자체만으로 사람을 위축시킬 정도로 전투경찰이 새까맣게 깔려 있다. 그것도
모자라 불심검문과 불법연행이 비일비재하다. 같은 인천지역의 산곡동 성당. 이
곳에는 대우자동차 노조와 민주노총, 대우자동차 공투본 등 투쟁사령부가
위치하면서, 대우자동차 투쟁 침탈 이후 계속되는 투쟁을 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싸움 뒤에는 대우자동차 선진활동가들의 고민과 힘겨운 노력이 있다.
1,751명이라는 역사상 최고의 정리해고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우자동차
자체의 투쟁동력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산곡동성당에서 농성하면서 조합원 조직화에 애쓰고 있는 몇몇
선진활동가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었다.
해고통보를 받은 조합원들조차 투쟁에 많이 동참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고 있나?
―물론 1,751명이 다 분노하고 뭉쳐서 싸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것이
대우자동차의 현실이다. 되돌아보면, 10여 년 가까이 현장을 조직하는데 앞장서야
할 간부들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지난 워크아웃부터
노조집행부가 제대로 싸움을 하지 않아 조합원들의 불신이 누적되어 온 결과라고
본다.
공권력 침탈 이후 조합원 투쟁 참여가 주춤해졌는데 조직 복원을 위해 무슨 활동을
하고 있나?
―열심히 활동하는 대의원이나 선진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투쟁참여를 독려하는
전화, 조합원 집 방문을 통해, “복직하고 싶으면, 산곡동 성당으로 결집하여 같이
투쟁하자”며 투쟁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울면서 조합원들에게
호소하여, 그 자리에 있던 조합원들이 다음날 산곡동 성당으로 결집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활동을 통해 27일 정리해고자를 중심으로 부서별 조직체계를
마무리지었지만, 아직도 조합원을 최대한 투쟁대열으로 이끌어내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번 싸움에서는 가족대책위가 꾸려져 한 몫하고 있다. 처음 30여 명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80여 명으로 늘었고,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동안
미적거리며 있던 조합원들이 그래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확실하게 결집만 된다면 좋겠다. 그럼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현 정권이 대우자동차 투쟁에 대한 강도높은 공세를 취해 왔다. 공권력 침탈과
이에 맞선 계속적인 투쟁으로 사측이나 정부의 태도 변화는 없는가? 또 지난 주
공권력 침탈 후 투쟁을 간단히 약평하자면?
―공권력 침탈 이후 이종대가 만나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하나도 진전된 것은
없다. 침탈 이후 연일 벌어진 항의집회투쟁은 좋았지만, 침탈전을 대비한 준비가
너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당시 현장으로 들어왔던 조합원들이 조금씩
정비되기 시작해 쇠파이프 하나로도 정말 잘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공권력 침탈
때 후퇴하더라도 완강한 저항을 하면서 물러설 수 있는 물리력이 준비되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는 그런 것을 교훈삼아 철저히 준비했으면
한다.
대우자동차 투쟁에는 금속연맹과 민주노총, 여타 노동자·민중운동의 많은
조직들이 함께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정리해고 싸움을 하고 있는 대우자동차는 인천에 있다. 이 인천이 전쟁터인
것이다. 싸움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집회 장소를 서울로 옮기고 있다.
인천에서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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