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노조의 최종 요구안에 대한 입장
대우차 노조의 최종 요구안에 대한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의 입장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는 그 동안 조직원 파업 농성장 결합, 현장 내
선동과 투쟁 조직화, 모금, 상경 투쟁결합 등 대우자동차의 정리해고 반
대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해왔다. 그것은 현 대우자동차 노조의 정리해
고반대 투쟁이 패배로 귀결된다면 곧바로 우리가 속한 사업장에도 연속
적 파상 공격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3월 3일 부평에서 있었던 정책협의회에서 다시 한번 대우자동
차 노조의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싸워 나갈 것을
결의했다. 먼저 우리는 3월 7일 노조의 공장 탈환 투쟁에 조직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기로 하고, 3월 10일 가능한 모든 조직원을 부평 산곡동에
집결하여 철야농성과 지지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한 현장 내에서 구
조조정에 맞서 현장투쟁을 일구기 위해서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는 대우차 노조의 투쟁에 대한 우
리의 연대가 비단 외형적인 부분에만 그쳐서는 안된다고 판단을 하였다.
우리는 이 투쟁을 진정으로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노조와의 깊은 논의
속에 올바른 기조와 풍부한 전술이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미 우리
는 이 투쟁이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기 이전에도 전직 부도 사업장 위원
장과 노조, 민노회와의 간담회 속에서 우리의 원칙과 경험 속에서 나온
입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번 대우자동차 투쟁에서 노조는 현장의 조직력이 완전 붕괴된 상황
에서도 공사판 조합원 조직화, 파상파업 등을 통하여 눈물겨운 현장 조
직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 투쟁에 연대를 왔던 타 현장조직의 동지
들도 이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집행부에 대해서
"과연 우리라면 이런 어려운 조건 속에서 저런 투쟁을 할 수 있을까?"하
는 안타까움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대우차 노조가 투쟁의 기조와 관련해서는 몇몇 부분에
서 우려스러운 입장을 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노조가 회
사의 부도, 파산협박, 정권과 자본의 총체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를 현장
조직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막아낼 수 있는 여지가 좁았음을 잘 알고 있
다.
동의서 수용, 경영혁신위 참여와 합의서 파기 시점의 실기 등의 부분
은 이후 투쟁을 승리로 이끈 다음에 평가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 하
지만 지금의 국면을 직접적으로 만들어 온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중 핵심은 정리해고 명단이 발표되기 직전인 2월 16일 제12차 경영
혁신위원회에서 노조가 제출한 최종안이 상당 부분 오류였다고 판단한
다. 물론 우리는 이 최종안과 관련하여 노조에 대해 현장 내 제조직이
수용할 것을 압박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최종안을 수용한 결과
는 모두 노조의 책임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자본과 정권은 "노조에서 제시하기 어려운 양보안"을 던졌음에도 불구
하고 폭력적으로 자신들의 안을 고집하여 끝내는 1,750명에 대한 구조조
정 안을 밀어 부쳤다. 이미 자본은 추호의 흔들림이 없이 이전에 아더
엔더슨이 제출한 6,884명 중 5천여 명의 인원정리를 위로금 한 푼 주지
않는 의원퇴직으로 관철시켰다.
노조는 이 때에 제출한 희망퇴직 5 : 5, 나머지 인원의 무급순환휴직에
대해서 다시금 원천무효화 하겠다고 조합원들 앞에 다짐을 했다. 하지만
정권은 정리해고 통보 이후 조합원들의 투쟁 동력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하자 2월 19일 공권력을 동원하여 폭력적으로 파업대오를 깨뜨렸다.
우리는 지난 11월 27일 동의서에서 인원정리 요구 자체가 전 집행부에
서 체결한 5년 간 고용안정협약에 대한 사측의 파기임을 잘 알고 있다.
고용안정협약서를 이미 회사가 파기했음에 불구하고 회사는 다시 한 번
"인력 구조조정 포함 전반적인 구조조정과 관련 노사경영혁신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합의서를 재차 파기했다. 또한 노조가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아서 부도가 났다고 압박을 해서 동의서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정상화되지 않았다. 회사는 또한 3개월의 체불임금을 한 달치만 지급하
고 나머지는 지급하지 않았다. 그 뿐인가? 경영혁신위원회에서 "인력 구
조조정을 최대한 성실하게 논의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자신
들의 의도대로 정리해고를 밀어 부쳤다.
회사는 이미 먼저 합의서를 여러 차례 무시하고 파기하는 만행을 저질
렀다. 물론 노조가 이미 최종적인 추가 양보안을 던졌기 때문에 다시 안
을 원천무효화하기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1,750명에 대한 정리
해고 강행과 폭력적인 공권력 투입만으로도 지난 2월 16일 던졌던 노조
의 최종안을 이제는 먼저 파기할 충분한 명분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다.
지난 98년 현대자동차 고용안정 투쟁 과정에서 우리는 희망퇴직을 포
함한 노조의 양보안이 투쟁을 패배로 몰아갔음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3월 4일 노동부 장관이 노조와 접촉하기 위해서 성당에 왔을 때, 희망퇴
직이 담겨 있는 노조의 최종 제시안을 강력한 항의와 함께 원천무효화
하고 2월 16일 이전의 상태(공권력 투입 사과, 구속자 석방, 수배 해제,
공권력 철수, 교섭유지)를 되돌릴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회사가 1,750명에 달하는 대량 노동자 학살을 접지 않는 한 교섭에
응하지 않고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할 것이라고 경고해야 한다고 본
다.
지금 대우자동차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와 공권력 투입으로 전국의
투쟁전선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정권은 이곳 부평에 수만의 공권력
을 배치하여 공권력 투입 이후에도 꺼지지 않는 투쟁을 잠재우려고 하고
있다. 정권으로서도 이 부분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대우차 노조의 투쟁을 중심으로 펼쳐진 전국적인 구조조정 반대
투쟁 전선이 노조가 제출한 5 : 5의 희망퇴직 수용으로 끝난다면 다른
사업장에서 어떻게 정리해고의 위장된, 폭력적 형태인 희망퇴직 반대 전
선을 세울 수 있겠는가? 우리는 정리해고 반대 전선에서 희망퇴직 공세
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한다면 정리해고 반대 투쟁은 포 떼고 차 떼
고 싸우는 힘겨운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노조의 최종 제시안이 힘의 역관계상 희망퇴직 수용,
정리해고 최소화로 귀결될 것에 대한 강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노조가 이 최종안을 무효화하지 않는다면 전국적인 전선이 "정리해고
반대"가 아닌 희망퇴직을 얻기 위한 싸움이 될 것이다. 노조원들도 이후
교섭국면이 펼쳐진다면 희망퇴직 수용에 대한 불만을 가지면서 지금 노
조에 보내고 있는 신뢰와 기대를 접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껏 희망퇴직을 선동하고 위로금 1년 지급, 전직알선,
리콜 등을 주장하면서 노조의 발목을 잡아왔던 세력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싹 딱고서는 노조의 희망퇴직 수용에 대해 비난을 가할 것이다.
지금은 막다른 골목에 서서 힘들겠지만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리면서 투쟁하는 전국의 동지들
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음을 알고서 노조는 자신감을 가지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이 투쟁의 역사적 승리를 위해서는 '정리해고 반대'라는 투쟁 원
칙을 강고하게 유지하며 지금의 '고난의 행군'을 견뎌내야 한다고 본다.
정권과 자본은 대우차 노조를 깨뜨리고서 단숨에 공공부분 구조조정,
금융권 구조조정 등 파상적인 공격을 가하려고 하고 잇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지난 28일 부분파업에는 동참하지는 못했지만 광역딜러망에 맞서
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고, 현재는 대우차투쟁을 엄호하기 위한 모든 노
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아차에서도 이후 나타날 공장폐쇄 같은 구조조정
공세에 맞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구조조정 공세는 펼쳐지고 있으면 이 싸움은 곧
휘발성 있는 싸움으로 급격하게 옮겨질 것이다. 하지만 대우차 노조가
여기서 무너진다면 정권과 자본은 또 다시 구조조정 사업장을 각개격파
하면서 또 다른 대우차를 만들어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가할 것이다.
긴급하게 작성한, 그러나 지난 투쟁을 통해서 굳건하게 지켜왔던 위장
된 정리해고인 희망퇴직 반대와 정리해고 완전철폐에 대한 우리의 충심
어린 입장을 노조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투쟁-
3월 3일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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