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시위대 치료비 1억원 부담…대우車 노조 진압중 다친 77명
[사회] 2001.07.20 (금) 15:19
경찰이 시위도중 부상당한 시위대원 수십명의 치료비를 자발적으로 국가예산에서
부담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경찰청은 지난 4월10일 대우자동차 구조조정 반대시위 과정에서 경찰과의 충돌로
다친 노조원 77명에게 모두 1억180만원의 치료비를 19일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경찰이 공권력 행사의 하나인 시위진압 과정에서 부상당한 민간인들에게
집단적으로 치료비를 물어준 것은 처음이다．
이에따라 물리력을 앞세운 경찰의 시위진압 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의 시위 과정에서 부상당한 시위대원들의 치료비 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당초 “민주노총 고문변호사가 노조원들에게 경찰을 폭행하라고
선동했다”며 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했던 경찰은 결국 잘못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
됐다.
당시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노조원들은 회사측을 상대로 법원에 낸 노조사무실
출입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회사에 들어가려 했으나 경찰은 이를
묵살하고 진압에 나섰다．이 과정에서 노조원들은 전?의경들이 휘두른 방패와
진압봉 등에 맞아 인대파열,허벅지 골절 등 전치 4∼26주의 부상을 입고 14개
병원에서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았다.
민주노총은 진압상황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공개했으며 이에 경찰도 박훈
민주노총 고문변호사가 현장에서 “경찰을 죽지 않을 정도로 패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제시,맞불을 놓았다．이 사건으로 국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진상을 조사하고 대통령까지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이번 병원비는 경찰예산중 ‘업무수행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보상금’ 항목에
근거해 지급됐다．그러나 시위대의 병원비를 경찰이 부담한 전례가 없어 경찰은
부상 노조원들에게 직접 돈을 주지 않고 병원에 지급하는 형식을 택했다. 따라서
미리 병원비를 낸 노조원의 경우 영수증을 병원에 제시하면 환불받게 된다.
박훈 변호사는 “곤봉과 방패를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며 폭력진압을 일삼는 경찰의
행태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경찰은 “어차피
국가배상소송에서 질 것이 예상되고 과잉진압을 이미 인정했기 때문에 병원비를
지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 이승철기자 neo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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