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 현주소] 대우 충격 벗었지만 '윗목' 은 냉랭
[경제] 2001.07.24 (화) 18:38
<이영란기자> 인천 지하철을 타면 분위기가 괜히 활기에 넘치는 것 같다
. 세계공항 지도에 '김포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으로 표시되는 자부심
을 인천시민들이 느끼고 있는 걸까.
인천 경제는 공항 개항 전과 개항 후로 나눠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항 개항 후 경기는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공항공사와 협력업체에
취업한 인천 시민이 3개월 동안 3300명에 이른다. 영종도와 월미도, 강
화도 등 공항 주변의 관광객도 급증 추세다. 자연히 세수(稅收)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허브(중심)공항으로 발전한다는 인천시의
전략이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인천의 현안인 대우자동차 문제가 제대로 풀려나가지
않고 있다. GM과의 매각협상이 갈수록 꼬이는 바람에 대우차 부평공장을
중심으로 한 협력업체의 고통은 여전하다. 남동공단 등에 입주한 다른 '
굴뚝' 중소기업들도 아직 일감이 적다고 불평이다. 지표는 좋아지고 있
지만 '웃목'까지 따뜻해지기는 아직 이른 모습이다.
<>현장 경기<>
"연말까지는 상황이 별로 좋아지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 회사는 전자
부품을 주로 만드는데 최근 판매가격이 급락했습니다. 가격이라고 할 것
도 없을 만큼 상황이 나빠졌어요. 800여명이나 되는 직원들 월급 줄 일
이 걱정입니다. 올해 연말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요. 내년까지 어떻게 버틸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남동공단 입주업체
인 H전자 J상무는 한숨부터 쉬었다.
인천 남동공단 등에 입주한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대우차 (부도의) 영
향을 아직도 많이 받고 있다. 주야간 체제로 근무하는 업체들 중 상당수
가 주간 물량도 못 채우는 업체가 많다"고 강조했다.
=대우 협력업체 9곳 문닫아=
인천 경제는 지난 연말 바닥에서 헤맸다. 대우자동차가 지난해 11월 부
도난 이후 협력업체 부도가 올해 2월까지 이어졌다. 덕창기업 등 대우자
동차 1차 협력업체 9곳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레이디 등 다른 대형업체
로 부도가 확산됐다.
이런 분위기는 2월 이후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대우자동차 협력업
체 부도는 일단 멎었다. 남동공단 최영일 기획팀장은 "우리 공단이 현상
유지는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인천의 사업체 수는 7개공단 7059개. 산업구조의 특성 상 첨단업종 보다
는 전통적인 가공조립 업종이 주종이다. 산업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하
다.
공단을 제외한 인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밝은 편이다. 4월 인천공항이
개항하면서 활기가 넘친다. "인천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지 택시를
타는 손님도 늘어났다"고 택시기사 김현욱씨(37)는 말한다.
<>지표경기<>
지표상으로 본 인천 경기는 일단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연말 인천 경제는 모든 지표가 바닥이었다. 어음부도율과 실업률이 각각
1.23%와 5.0%로 전국 평균인 0.32%와 4.6%를 크게 웃돌았다. 인천 지역
공단의 공장가동률은 79.5%는 전국 평균보다 2%포인트나 낮았다.
지난 2월 이후 경제 지표는 점차 회복되고 있다. 5월의 어음부도율 0.19
%는 전국 평균보다 낮다. 6대 직할시 기준으로 4위에 불과하다. 부도가
줄어든 것은 대우차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관련업체 부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실업률 3.9%는 6대 직할시 중 5위다. 그만큼 지표상
으로는 경기가 회복추세로 나타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공단가동률도 80.
6%로 올라갔다.
인천지역에서 신설되는 법인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3월에만 281개 법
인이 신설됐다. 1월 141개, 2월 188개 등 매달 늘어나는 추세다. 한은
인천지점은 "지역내 어음부도율이 줄고 신설법인이 증가하는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에 따른 것"이라며 "경제는 분위기인 만큼 지역경
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경기를 알 수 있는 BSI(기업경기지수) 역시 상승세다. 지난 2,4분기
83으로 1,4분기 52보다 크게 올라갔다. 지난해 중반 이후 경기하락 추세
가 계속되다가 연초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대우자동차 문제<>
인천지역 경제 활성화의 최대 현안은 바로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문제다.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이 생산을 멈추면서 인천지역 경기가 큰 영향을 받
았기 때문.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측은 "1차 협력업체 중 인천에 위치
한 공장은 56개사로 종업원은 9000여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미 이중
에서 덕창기업 등 9개 업체가 부도를 냈다. 2-3차 협력업체 9000여개 사
중 인천지역 소재 중소기업은 1300개에 달한다. 이들 업체들의 납품 물
량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대우자동차 부평공장과 1차 협력업체가 인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
나다. 제조업 기준으로 고용이 6.1%를, 매출액 5.5%, 수출은 19.1%를 차
지한다. 2-3차 협력업체 까지 포함할 경우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우차는 GM과의 협상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양측은 부평공장 인수
여부와 매각가격, 부채탕감 규모 등 쟁점 항목에서의 의견차이가 크다.
대우차 협상단은 GM 측이 부평공장 인수 조건으로 턱없이 낮은 인수가격
을 제시하고 부채를 상당부분 탕감받기를 요구하는 등 조건이 빡빡해 시
간을 두고 협상에 임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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