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이 법정관리 중인 대우자동차를 GM에 분리매각하기로 방침을
결정함에 따라 대우차 처리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GM과 대우차 채권단은 이르면 이달 말까지 대우차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내달부터는 본격적인 인수·인계 작업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 일각에서는 부평공장 분리매각에 대한 노조의 반발 때문에 대우차
매각은 막판까지 낙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부평공장 노조는 9일 정부·채권단의 분리매각 방침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다.
◆정치논리인가, 경제논리인가=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대우자동차 매각을 ‘경제논리’로 풀면 쉽게 해결될 수 있지만, ‘정치논리’에
따르면 채권단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재가 말하는 ‘정치논리’의 핵심이 바로 부평공장이다.
약 27만평 규모의 부평공장에는 약 7000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여기다 부평공장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업체와 협력업체를 감안하면 부평공장이
인천·부평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에 달한다.
이런 영향력 때문에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 5월 말 GM과 대우차 매각협상을
시작하면서 ‘부평공장을 매각대상에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GM, 부평공장은 싫다=GM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전화통화에서 “수익성이 있는
공장을 선별적으로 인수한다는 것이 GM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평공장은 노후시설에다 근로자 평균연령이 높아 인건비 지출액이
군산·창원공장보다 많고, 강성노조 때문에 노사분규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
GM의 시각이다.
특히 부평공장의 대규모 노사분규는 GM이 인수 불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대우차 해고 근로자들이 경찰과 충돌을 벌인 장면이 CNN을 통해 미국에 방영되자,
GM 이사진들은 대우차 인수작업을 중단할 것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GM과 채권단 간의 타협=채권단이 일괄인수를 고집하자, GM은 대우차
인수가격으로 3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채권단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가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채권단이 찾아낸 마지막 묘수(묘수)가 부평공장을 살리면서,
채권단의 손해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부평공장을 별도법인으로 독립시켜 독자 회생이 가능하도록 지원하자는 것.
이 경우 근로자와 인천지역 경제에 주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분리매각할 경우 채권단이 GM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이 1조~2조원에 달해
채권단의 손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GM으로선 부평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넘겨받아 대신 판매할 경우, 판매 차종이
다양해지는 이득이 있다.
◆대우차는 분리매각 반대=대우차 이종대(이종대) 회장은 9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현재 GM과 진행 중인 매각협상에서 부평공장을 포함한 일괄매각 방침에 변화가
없다”면서 “정부나 채권단으로부터 부평공장의 독자생존 또는 분리매각 입장을
전달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대우차 경영진은 부평공장을 매각에서 제외할 경우 부평공장의 독자생존은
물론, 군산·창원공장도 정상운영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부평공장이 대우차 전체의 연구개발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차 임직원 모임인 범대우인 대책위원회와 대우차 노조는 “정부가 분리매각
방침을 공식화할 경우 대규모 집회를 갖고 반대투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수기자 yskim2@chosun.com
/김종호기자 tell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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