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 완결단계 진입
2년을 끌어온 대우자동차 매각 성사는 외환위기 이후 지속됐던 우리경제의
걸림돌이 제거되고 그간 추진됐던 대기업 구조조정이 완결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GM이 대우차를 통해 국내에 진출하게됨에 따라 국내 자동차 시장은 세계자동차
업계의 격전장으로 변모하게 됐다.
이는 99년 대우차 워크아웃 이후 2년간 지속됐던 현대자동차의 독주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 경제적 부담 최소화=대우차 매각은 국내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고 채권
금융기관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우차 매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경제적 파장이 컸던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완결,우리 경제는 그동안 가장 큰 짐으로 작용해 온 부실을
떨어내는 한편 다른 부문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대우"로 인해 하락한 국가 신인도가 이번 매각 성공을 계기로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외국인의 투자를 가속화하는 간접적 효과도 기대된다.
국가신인도 향상은 자동차 업종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특히 금융시장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업계 5각 체제로의 재편=지난해 업체별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 45.2%,기아차 28.6%,대우차 16.9%,쌍용차 6.6%,르노삼성차 1.9%였다.
올들어서는 한지붕 두가족인 현대.기아차가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GM의 한국진출로 이런 구도는 2-3년내에 변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기존 판매능력에 GM의 지명도가 더해지면 과거 대우차의 전성기
시절에 기록했던 점유율(승용차 기준) 33%를 회복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GM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 25%를 달성하기 위해 대우차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밝혀 대우차를 통한 강력한 판매드라이브를 걸 방침임을
시사했다.
GM이 우리정부에 대우차 판매에 따른 특별소비세 감면을 요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있다.
특히 독자적 판매망을 통해 GM차와 소형차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피아트 차량을
판매할 경우 GM그룹의 전체판매량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르노삼성도 공격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내년에 SM5 부분변경 모델과 소형차 SM3 출시를 통해 소형차와 중형차 시장
점유율을 25%이상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현대,기아,GM-대우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GM의 진출로 르노와 닛산의 직접 진출도 빨리질 전망이어서 2-3년내에 국내
3대 메이커로 발돋움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여기에 쌍용자동차마저 해외매각을 추진중이기 때문에 이를 인수하는 메이커는
단번에 가장 수익성이 높다는 SUV시장의 강자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뿐 아니라 지금까지 국내에 직접 진출하지 않은 일본 혼다,프랑스의
푸조-씨트로앵,메르세데스 벤츠,독일의 폴크스바겐 등도 2-3년내 직접 진출이
확실시돼 한국자동차 시장은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의 격전지로 변모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동차 판매시장의 혼선 예상=GM은 세계적으로 직영망을 갖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대우자판을 인수하지 않은 것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결국 광역딜러로 전환되는 대우자판은 생존을 위해 GM-대우차가 생산하는 차량은
물론 현대차 기아차 수입차까지 판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교차판매는 음성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GM의 딜러제도는 한국과 일본정도에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직영판매제도
자체의 붕괴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가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현대 기아차다.
즉 대우딜러들이 모든 차를 판매할 경우 현대딜러들이 동요할 것이며 현대가 갖고
있는 강점인 판매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쌍용자동차 일부 딜러들도 수입차 판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직영제도는 사실상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의 대응=현대 기아자동차는 일단 2-3년간은 시장 점유율 70%를
수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GM이 새로운 차종을 들여오기 위해 최소한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GM과 르노삼성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이 시장을 지켜내는게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심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경쟁력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 강화를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금융프로그램을 개발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길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확보가 어려운 만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이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김용준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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