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GM, 30년간 질긴 인연
72년 결혼...92년 이혼...2001년 재결합. 30년간에 걸친 모질고도 끈질긴
인연이다. 대우자동차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극적인재결합은 굴곡의 한
세대(30년)를 마감하고 새로운 출발의 장을 여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양사가 매각.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대우차와 GM은결별
10년만에 재회하게 된다.
최종 계약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양측이 산고의 고통끝에 MOU 체결에 이른
만큼 대우차는 사실상 GM의 손에 넘어갔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72년 첫 인연 맺어
GM은 지난 72년 신진자동차와 50대50 지분합작 방식으로 GM코리아(자본금
185억원)를 출범시킨 뒤 시보레, 레코드 등의 승용차와 트럭.버스 등을 생산하면서
한국 자동차기업과 첫 인연을 맺었다.
76년 신진의 경영난으로 산업은행이 지분을 인수하고 회사명도 새한자동차로
변경됐지만 78년 대우그룹이 산업은행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김우중 씨가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고 83년에는 회사명을 대우자동차로
바꿨다.
대우차는 70년대 말부터 GM의 자회사 오펠로부터 '로얄' 시리즈를 들여와
80년대까지 맵시와 함께 주력 차종으로 삼았다. 86년 GM과
공동으로4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월드카 르망을 개발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첫 수출에도 나서는 등 양사는 탄탄한 공조체제를 이어갔다.
■92년 결별 선언
하지만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GM은 대우차가자동차
생산에만 주력하지 않고 회사 확장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불평했고 티코를
개발하면서 일본의 스즈키와 손잡은데 대해서도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대우차도 GM측에 수출권을 넘겨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증자 요구도 받아
들여지지 않았으며 특히 김 회장의 '세계경영'에 따른 동구권진출 추진과 GM의
반대로 갈등은 증폭됐다.
결국 대우차는 독자경영에 나서기로 했고 양측은 지난 91년 10월 GM의 50% 지분을
전량 대우차로 넘기는데 합의했다. 당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실패한
결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우차와 GM은 1년여에 걸친 자산평가를 거쳐 합작종료계약 및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고 92년 10월 결별을 공식 선언했다.
■98년 재결합 모색
그러나 양측은 이후로도 GM의 부품 자회사인 델파이에 대한 부품 공급과대우차
부품계열사인 대우기전에 대한 델파이의 지분 참여를 끈으로 협력을 지속했다.
대우차와 GM이 다시 진지하게 만나게 된 계기는 IMF위기사태였다.
양측은 당시 김태구 대우 구조조정본부장과 앨런 페리튼 당시 GM코리아사장이 협상
창구가 돼 98년 2월 전략적 제휴를 추진했고 GM 본사 관계자들은 대우차 공장에
대한 실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진전되는 듯했던 협상은 GM의 파업 돌입, 기아차 국제입찰, 삼성차 빅딜등 국내외
요인으로 사실상 중단됐고 GM을 통한 대규모 외자 유치로 그룹 구조조정을 단번에
해결하려던 대우의 계획은 난관에 봉착했다.
그럼에도 GM은 99년 8월 대우차가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발빠르게 이사회동의를
얻어 일괄인수를 추진하기로 하고 정부와 채권단 등에 12월 공식인수를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실시한 국제입찰에 GM뿐 아니라 포드, 현대차 등도입찰제안서를
제출했고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포드가 지난해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GM은 대우차 인수의 문턱에서 또한번 고배를마셨다.
GM은 포드가 9월 중순 인수 포기를 선언하자 10월 곧바로 인수의향서(LOI)를
냈으며 인수제안서 제출에 시간을 끌다가 지난 5월 말 제출했다.
자동차업계는 21일 극적인 MOU 체결을 토대로 대우차와 GM이 '재결합'에성공할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황인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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