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협상" 대우차 매각의 교훈]
대우자동차의 매각협상 타결은 여러가지 교훈을 남겼다.
우선 우리 경제의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시간을 너무 오래
끌어 그동안 경제에 불안감을 가중했다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지지부진한 협상은 결국 매각조건을 불리하게 만들었다.
채권단의 부담도 늘어나 앞으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 경제 뇌관 제거, 그러나 협상기술에서 미숙=협상타결은 우리 경제를 짓누르던
큰 짐을 덜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대우차 매각과정을 지켜본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한다.
무려 1년8개월을 끌면서 한국 경제에 부담을 주었던 점을 감안하면 너무 초라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 협상 기술과 절차에 많은 잘못이 있었던 만큼 앞으로 남은 다른 부실기업
매각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인실 박사는 "협상에서 우리 패를 공개했으니 약자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며 "특히 훈수 두는 사람이 많아 의사결정을 빨리 하지 못해
시간을 끌었고 결과적으로 조건은 더 나빠졌다" 고 말했다.
협상의 주도권이 제너럴 모터스(GM)쪽에 있다 보니 애초부터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협상이 이뤄 수 없었던 것도 아쉬움이 남는다.
굿모닝증권 손종원 애널리스트는 "GM과의 일대 일 협상에서 벗어나 다른 업체를
미리 참여시켰다면 좀더 빨리 좋은 조건에 결론을 낼 수 있었을 것" 이라며
"우선협상권을 주는 것은 신중을 기할 문제" 라고 말했다.
◇ 제값 받고 팔았나=GM측이 당장 내는 돈은 GM-대우차(가칭)에 투자되는
4억달러에 불과하다.
대우차를 사는 데 들어가는 돈은 모두 GM-대우차가 앞으로 벌어서 갚게 된다.
채권단에 당장 들어오는 돈은 전혀 없다.
오히려 GM-대우차에 1억9천7백만달러(약 2천5백억원)를 투자해야 한다.
대우차가 우선주로 12억달러를 받아 이를 채권단에 주겠지만, 매년 평균 3.5%의
배당만 받을 뿐이다.
주식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것은 10년 뒤부터다.
배당률, 10년뒤 상환조건 등을 고려해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8억3천만달러(약
1조7백억원)다.
GM-대우차가 떠안기로 한 빚 8억3천4백만달러를 합하면 16억6천4백만달러에 매각한
것이다.
아더 앤더슨의 대우자동차 실사에서는 계속 운영할 때의 가치가 19억달러, 당장
정리해버릴 때 남는 가치가 15억달러로 계산됐다.
이를 고려하면 헐값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돈이 당장 들어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대우차가 채권단에 진 빚이 16조원이고, 채권단이 새 회사에 2천5백억원을
출자해야 하며, 앞으로 20억달러의 자금을 빌려주기로 한 점 등을 꼽으며 헐값
매각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우차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의 부담을 따지면 채권단이 그리 손해본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적지않다.
◇ 남은 과제=채권단과 GM은 올해 안에 본계약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GM은 본계약을 하기 전에 노동조합과의 관계가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우차와 노조가 맺은 임금 및 단체협약 중 회사측에 불리하게 돼있는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다.
GM-대우차가 근로자를 데려갈 때 현재의 임금 및 단체협약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전에 협약을 고쳐놓으라는 것이다.
채권단 내부적으로는 매각대금으로 받은 우선주를 어떻게 나눠갖고, 새 회사에
투자할 돈은 어떻게 분담하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
정선구.최현철 기자 su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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