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부평공장은 지금 "열심히 車 만들것"
[주요뉴스, 산업/기업] 2001.09.24 (월) 16:55
<부평=임상균> 24일 오전 8시.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은 여느때와 다름없
이 라인이 돌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GM에 6년간 위탁판매, 조건부 인수'라는 운명이 결정된 후
처음 맞는 근무일이다.
관리직 사원들은 혹시 생산직 사원들의 동요가 있을지 몰라 긴장했지만
대부분 묵묵히 작업에 임했다.
대량감원으로 일손이 모자라 27만평에 이르는 공장을 하루 8시간동안 움
직이기위해 쉴 틈이 없다. 회사와 자신의 미래를 놓고 동료들과 얘기를
나눌 여유도 없어 보였다.
각 출입문 앞으로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콘테이너박스가 파업투쟁의 쓰
린 상처로 남아있지만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7,8월 연속으로 영업이익
을 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보여줬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협상결과는 애매모호했다. 일괄 매각을 내심 기대
했지만 '조건부인수'라는 단서가 붙어버렸다.
이들의 머리 속이 편치않은 것은 당연했다. 10분간의 귀한 휴식시간을
뺏은 기자에게 이들이 던진 말도 각양각색이었다.
"할 얘기 없다"부터 "그나마 다행아니냐", "우리가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참담하다", "솔직히 두렵다" 등등.
제너럴 모터스(GM)는 이들에게 2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노사화합과 수익
성만 만족되면 6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힘으로 일어서보라는거 아니겠습니까. 낮에는 일하고 저녁
에는 밖에서 차 팔러 다녀야죠."(조립 1공장 김현식씨)
앞으로 6년간을 스스로 힘으로 일어서야한다는 것을 모든 직원들도 알고
있다. 비록 협상결과는 아쉽지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각오와 자신감
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한익수 부평공장장겸 상무는 "따로 남는 부평공장은 부채도 처리되고 인
원도 크게 줄어들게 돼 제품과 비용경쟁력만 강화하면 된다"며 "좋은 자
동차공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과 여건이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이를 위해 연초부터 경영혁신운동에 착수했다.
'환경품질책임제'로 이름 붙여진 이 캠페인은 공장내 최고 임원부터 말
단 직원까지 자신의 책임구역이 지정되고 기계(machin).자재(material).
방법(method).사람(man) 4가지를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조립1,2공장의 시간당 가동율이 99.7%와 100%를 기록
했다. 하루 8시간의 가동시간 중 품질불량이나 자재공급 미비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라인이 서는 요인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혹시 작업이 부족할 경우 무보수로 일과후에 부족한 일을 메꾸면서 시간
당 가동율을 완전상태로 유지해오고 있다. 품질도 지난해에 비해 차종별
평균이 40% 향상됐다는 자체 평가다.
한 상무는 "좋은 차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식을 불어넣기 위
해 시작한 운동으로 최근에는 직원들이 일과후 1시간 동안 무보수로 일
할 정도"라고 전했다.
나름대로 앞으로 살아갈 무기도 마련됐다.
내년 2월이면 라노스 후속으로 'T-200(프로젝트명)'이 조립1공장에서 생
산된다. 독자개발한 2000cc와 2500cc급 신형엔진인 'Xk'엔진도 내년 상
반기부터 양산돼 현재의 매그너스에 올려진다.
대우차 김성수 홍보부장은 "매그너스도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신형 엔진
을 달면 사실상 신차종과 다름없다"고 전했다.
GM이 툭하면 거론하는 '강성노조'문제도 부평공장 근로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전체 직원의 극소수에 불과한 노조 집행부가 산곡성당에서 투쟁하고 있
다고 부평근로자가 전부가 강성노조입니까. 우리도 회사가 잘 나갈때와
어려울 때 달라져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조립2공장 김현철 공장)
이렇듯 회사측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근로자들 마음 한구속엔 불
안감도 자리잡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생산직 사원은 "GM이 팔아준다고해서 신차종 개
발없이 라노스 후속과 신형 매그너스 만으로 회사가 계속 유지될 지 의
문"이라고 걱정했다.
연구개발센타가 GM으로 넘어간 이상 부평공장은 현재 개발중이거나 기존
차종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지한다. GM이 요구하는 수익성을 장기적으로
갖추려면 GM이 새로운 차종을 던져주길 기다려야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김현식씨는 "후속모델이 준비되지 않아 판매량이 줄어든다면 결국 또다
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냈다.
"부평공장 임직원을 뺀 나머지 국민들은 이번 MOU로 대우차 문제가 해결
됐다고 여길겁니다. 채권단과 정부도 한시름 놓고 우리에게 관심을 끊겠
죠."(조립2공장 서길호 직장)
이날 대우차 이종대 회장은 담화문을 통해 "지금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
복했지만 지금이야말로 우리들의 마지막 지혜와 저력을 다시한번 발휘해
새로운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갈 때"라며 부평공장 직원들을 다독거렸다.
"주위에서 많은 격려도 해주고 있어요.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든 회사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용기를 가질 것 아닙니까."
조립 1공장의 한 직원은 이 말만 남긴채 다시 생산라인으로 들어가 바퀴
를 달기 위한 공구를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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